[종교칼럼 -삶- 허영엽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인간의 생각과 가치관

2005.04.28 00:00:00

톨스토이는 “삶의 본질은 육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는 마지막 자신의 작품으로 15년간에 걸쳐 ‘인생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썼다. 이 책은 본래 톨스토이가 1886년 민중의 교화를 목적으로 편찬하기 시작했던 책이다. 그런데 1887년 ‘나날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민중 사이에 널리 보급된 철학자와 성현들의 명언과 잠언을 담아서 대저작을 쓰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톨스토이의 정신과 종교와 예술의 총체적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의 인생관과 사상이 일목요연하게 집약된 묵상록(默想錄) 형식을 띠고 있다. 또한 러시아, 더 나아가 세계질서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의지를 담고 있다.


톨스토이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한 시골의 초라한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객사하기까지 치열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인간의 최대 관심사가 인간 자신의 문제요,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톨스토이는 노년에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인간의 모든 사회적 죄악에 대한 속죄를 기본 전제로 인생의 진면목, 인생의 의의란 오직 ‘선에 대한 끝없는 희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인간은 사랑을 바탕으로 선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는 이 선은 오직 진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라고 했다. 그래서 임종을 맞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진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였다고 한다. 치열하게 살다가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좋은 작품을 남겨준 톨스토이의 삶을 되돌아 볼 때 “인생의 근본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은 본능에 이끌려 사는 존재이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을 할 줄 아는 존재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는 중요한 차이라고 하겠다. 육체적 본능에만 이끌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인간이라 할 수 없다. 반면에 바른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면 바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고의 능력이 있기에 행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사고와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다움을 지니게 된다.
사실 먹고 입고 사는 것, 이런 육체적인 생활이란 따지고 보면 어떤 사람이든 너 나 할 것 없이 대동소이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이다. 생각의 바탕에 인간됨의 가치 기준이 있다 하겠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 관심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목적이 설정된다. 이 목적이 가치관을 결정하고 세계관을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가? 내 생각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실 우리는 너무 쓸데없는 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산다. 어리석은 일에 마음을 쓰고 애를 태운다. 그러다가 뒤늦게 생각해보니 모두 무심한 일이요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생명과 바꾸어도 후회할 것이 추호도 없는, 그만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살아야 할 것이다.
지혜롭지 못하고 미련한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세월은 순간에 불과한데, 그 짧은 동안 즐기지 않고 언제 즐길 것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즐거움을 찾아 인생을 만끽해야 되지 노력한들 죽고 나면 모든 게 끝인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
그러나 정말 지혜로운 이들은 의미있는 삶, 보람있는 삶을 추구한다. 인간다운 삶이다.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나 보다 더 좋은 삶, 의미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오늘날의 가장 불행한 요소는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