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출애굽기편에 보면 40년 광야에서 고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기보다는 그들 앞에 놓인 상황에 대하여 불평하고 원망하다가 하나님의 징계를 받고 뉘우치고 또 다시 불평하며 40년을 방황하다가 결국 대다수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에는 이들이 이기적이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들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함을 새삼 깨달게 되었다. 겨울에는 추워서 못살겠다 하고 여름이면 더워서 못살겠다고 하고 봄에는 황사, 꽃가루 때문에 못살겠다 하고 가을이면 다가오는 겨울에 불안으로 걱정하니 말이다.
노변 곳곳에 노란 개나리가 하나 둘 피기 시작하더니 여의도 윤중로를 하얗게 물들인 벚꽃이 만발하여 아침·저녁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나에게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렸다. 주변의 색감의 변화는 새 희망의 서곡을 알리는 듯이 봄을 극찬하게 하고 고생은 다 지나고 행복한 이야기의 시작인양 꿈에 부풀게 했다. 하지만 이번 봄에는 중국으로부터 날아온 황사로 노약자나 어린이는 외출을 삼가지 않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을 만큼 유해하고, 심한 일교차가 계속되어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꽃가루로 인한 알러지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자연의 현상은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작년 겨울 날씨가 춥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지만 모두의 걱정을 뒤로하고 몇 십년만의 한파로 사람들을 떨게 했고 눈이 내리지 않아 걱정이라더니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 심한 폭설로 고생하는 사람이 속출했었다.
풀리기만을 기대하던 경기는 제 자리고 독도에 대한 일본의 망언으로 시작한 한국인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이 봄은 우리에게 고통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북한의 핵 보유, 중·일간의 대립, 교황의 서거,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자연 재해도 그렇고 일본의 강진에 의해 한반도가 느꼈던 여진도 나는 걱정되고 불안하기만 하다.
어느 때부터 말세라고 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떤 사람은 생업을 포기하고 종교에 귀의하기도 하고 현실을 무시하고 세속을 떠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요즈음 사회적 환경이 너무도 열악하여 불신과 배반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리들 모두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할 때가 온 것 같다. 작금의 형세를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앞으로 우리들이 한 가닥의 희망을 갖으려면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유념해야할 최고의 가치이며 마지막 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