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민형]인생 80년

  • 등록 2005.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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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될 쯤에는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일을 생각해 보곤 한다. 올해에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의학이 발달해서 인가 많은 어른들이 장수를 누리고 계신다. 그 어르신들과 말씀을 나누다 보면 적지 않은 분들이 ‘이렇게 오래 살 줄을 몰랐다"는 고백을 하시곤 한다. 그 어르신의 선친들은 환갑에 이르면 오래 살았다 하여 크게 잔치를 하였고, 70세에 이르는 분들은 드믈었다고 한다. 그런 선친들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인생계획을 60세 정도에 맞추지 않았나 싶다. 50세 후반 이후에 하던 업을 마치고 삶의 휴식기를 가지면 10년 내외의 기간 안에 죽음을 맞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리라... 삶과 죽음은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퇴직 후 20∼30년의 긴 기간을 무료하게 지낼 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의사로서의 삶이 30년 가까이 되는 지금, 언제까지 치의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수명이 80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에 멈추었다. 80세라 하면 앞으로 30년의 세월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치의사로서의 30년 삶 만큼의 긴 기간이 남아있다. 삶을 돌이켜 보면 25세까지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고 공부한 세월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30년 세월은 치의사로서의 세월이다. 그리고 남은 30년 세월은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의 기간이 되어야 하는 세월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하고 오랜 기간 생각을 하였지만 딱히 이것이다 하는 것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지금의 어르신들의 삶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점을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이 어르신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가?


어르신들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치매와 거동불능상태가 아닌가 싶다. 어르신 본인 자신도 괴롭겠지만 주변 사람들 특히 자손들에게 커다란 짐이 되는 것은 치매와 거동불능상태이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경제적 부담 뿐 만 아니라 정신적 부담까지 주는 것이기에 사회적으로도 노인문제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남은 30년의 세월을 무엇을 할 것인가는 아직 결정은 하지 못해도 지금 현시점에서 남은 인생의 삶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건강을 돌보는 일이다. 건강은 잃어버린 후에나 그 가치를 알게 된다고 한다. 원상회복을 시킬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치매나 거동불능은 점차 악화되어 가는 질환으로 완치는 어렵다고 한다.


치의사의 생활은 단순하다. 비록 치의학의 발전이 급속하고 눈부시다 하지만 기본 진료의 모습은 큰 변화는 없다. 단순한 생활, 다람쥐 바퀴 도는 듯한 생활은 머리를 쓸 일이 별로 없다. 해서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또 치의사의 생활은 진료실에서 갇혀 지내는 생활이다. 진료를 위한 단순한 몸놀림 이외에 별다른 육체적 활동이 없는 직업이다. 직업적 몸놀림으로 자칫 허리나 어깨의 이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정신적 충격은 얼마나 강한가? 외국 조사에 의하면 전문직업인 중 치의사가 가장 수명이 짧고, 자살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성격은 완벽주의자들이 되어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고 한다. 완전할 수 없는 일을 완전하게 하려는 것이 치의사들이다. 우리가 한 일은 환자의 입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항상 모든 이에게 내 일의 모습을 증거하고 있다. 직업에서 오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쓰러질 수도 있는 직업이 치의사이다. 오래 잘 살려면 일찍 치의사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말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변 여건으로 상당기간 치의사로서 생활을 계속하여야 하지만 앞으로 남은 30년의 삶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치매예방을 위해 머리도 다방면으로 쓰고 거동불능자가 되지 않기 위해 편한 마음과 적당한 운동을 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와 내 주변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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