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 월요칼럼]마음으로 치는 골프

2005.05.09 00:00:00

치과의사란 직업만큼 특이하고 힘든일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구강(口腔)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 치의 소홀함이나 실수도 용서되지 않는 섬세하고 난해한 작업을 하면서 정확성과 과학성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업의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자기 일상의 천직에서 잠시 허물을 벗는 새롭고 자유로운 취미생활을 함으로써 자기가 하고 있는 직업적 활동의 능률과 재미와 활력을 얻으려 한다. 이런 취미 활동은 살아가는 의미와 인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개화(開花)같은 느낌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다.


전쟁은 평화를 위하여, 일은 여가를 즐기기 위하여 있듯이, 사람은 언제나 일과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 보다 한층 더 평화와 휴식의 소중함 속에서 살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평화와 휴식의 시간에 스포츠란 도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의 본질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기계적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기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이 할 수 있는 스포츠는 다양하게 많이 있겠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 꼽으라면 골프를 가장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우선 골프는 연령의 제약을 비교적 적게 받는 운동이다. 하고 싶다는 의욕과 강한 의지만 있다면 몇 살이 되던 능숙해질 수 있는 운동이다. 또한 골프는 두 손으로 하는 게임이지만 오히려 두 손보다는 머리(두뇌)의 역할이 더 중요한 운동이기도 하다.
허물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면서 상대방을 골탕 먹이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재미 또한 골프의 묘미에 속한다.
‘골프는 머리로 치는거야...?


가뜩이나 공이 잘  맞지 않아 약이 올라 있는 친구를 머리까지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보면 친구는 운동 신경도 없고 머리도 나쁜 바보가 된 셈이니까 친구는 치명적인(?)수치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된다.


우리 또래의 늙은이(?)들은 허리도 잘 돌아가지 않을뿐더러 특별히 빼어나게 운동신경이 발달될 수도 없기 때문에 운동 감각으로  골프를 친다기 보다는 요령과 경험으로 스코어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때문에 우리 또래의 골프는 몸으로 치는 게 아니라 머리로 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나름대로 주장할 수 있는 설(設)은 ‘골프는 몸으로 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핏 생각하면 지극히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냄새까지 풍기는 비과학적인 주장같지만 실제로 그것을 증명할 만한 근거는 많다.


오늘 저 친구 한번 혼찌검 내줘야지...?하면서 마음속으로 흑심을 품고 골프에 임한 날치고 스코어가 좋았던 날이 있었던가를 상기해 보면 그 해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분명히 골프는 조화의 미(美)를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기승전결의 조화가 잘 어울려져야만 좋은 결과를 얻는다. 드라이브 起(일어나고) 세컨 샷으로 承(이어간 후) 어프로치로 轉(접근한 후) 퍼팅으로 結(종결짓는)하는 四位一體가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드라이브 한번 호쾌하게 멀리 날리는 재미로 골프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골프의 진수를 모르는 사람이다. 단순히 멀리 날려보내기만을 본다면 이건 투창이나 원반 선수들이나 할 일이 아닌가?


그런가 하면 퍼팅의 정교한 재미를 버리고 마구 기브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인심 좋은 골퍼도 나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또한 골프처럼 속이기 쉬운 경기는 없지만 또 골프처럼 속인 사람이 멸시 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심장이나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퍼팅을 생략하다지만, 그러려면 골프 말고 산책이나 할 일이다. 오히려 퍼팅을 실수 했을때 그 황당함을 추스리는 마음의 수양과 긴 퍼팅을 성공으로 얻는 쾌감의 환희 또한 삶의 한 조각의 행복이라 생각한다.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긴 사람들도 골프채를 들고 필드에 나오면 어린애들처럼 천진해지고 맑아진다. 공이 잘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핑계가 아무리 지나쳐도 밉지가 않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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