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 월요칼럼]의학과 철학의 대화

2005.05.16 00:00:00

요즈음 병원에 가면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병과 의료기계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밖에 없다. 병원시설은 최신의 장비로 나날이 확대되고 첨단의술이라 뽐내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의사와 병원을 불신하고 있는 모순된 풍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환자의 무지와 조급함까지 가세되면서 의술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의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성 상실과 윤리성의 망각으로 인해 지금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의학 교육에서 지나치게 실증주위적이고 과학적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기능주의 교육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의학교육의 본질인 인간존중과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한 탓으로 오늘의 위기가 자초된 셈이 되었다.


현대의학이 오로지 기능위주로 발전하면 할수록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최첨단 의료기구에 둘러싸인 의사들은 환자(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간의 대화의 단절로 인한 의사의 불신과 신뢰가 더욱 무너지고 있다. 첨단 과학기기가 병원안으로 가득 채워지면서 환자들은 단지 하나의 숫자개념으로 바뀌어졌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은 오로지 기계일 뿐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의사는 눈을 씻고 볼래야 보이질 않는다. 탈인격화(脫人格化)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자세정립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가 의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 또는 기대감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를 단순하게 ‘질병을 가진자(者)’로만 생각하고 환자의 인격에 대해 주목하려 들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심리적 갈등의 심도에 차이를 보인다.
의학에 문외한인 환자도 그 병의 원인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과 과학적인 상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러한 비전문가의 판단은 의사의 판단과 일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또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람이 질병에 걸린다는 것은 어떤 죄의식과 도덕적 거부감마저도 가미되어 있는 하나의 ‘인간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학에서 윤리적인 문제는 의사에게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환자들은 병치레를 하면서 인간 본성인 윤리적 생각으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인간에 있어 질병은 인간 본질의 일부이며 결코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 질병은 인간의 기본 속성 중의 하나이다. 인간이 체험하는 질병으로 인하여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그것을 자아(自我)에 수용함으로써 보다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기도 한다.
우리는 질병을 단순한 신체의 이상 현상으로만 생각하며 질병은 좋지 않은 것, 아픔과 괴로움을 주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조속히 제거하거나 거부하려 한다. 질병의 의미를 배움으로써 질병이란 현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한번 더 알게 되고 자신에 대해 겸허해 질 수도 있음을 배운다.


우리는 질병을 꼭 과학적, 의학적,기술적 분석으로만 어떤 해결을 모색하려 하지만 의학이란 비전문가의 생각과 해석이 때로는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다 수긍할 수 있는 질병의 일반적인 개념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은 반드시 의학만이 독점물이 아니다. 어떤 과학도 인간을 다룰때는 인간의 한정된 부면만을 다룰 뿐이지 전인간을 다루지 못한다. 의학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때문에 질병은 의학이나 과학에서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게 아니다. 모든 인간과 인간이 속해 있는 사회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의학으로만 질병에 대한 보편타당한 어떤 정의를 내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질병은 병리현상만으로도 아니고 또한, 환자의 고통만도 아니며 심리적, 사회적으로도 명확히 설명되어 질 수 있는 성질의 것도 또한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질병이란 일종의 ‘隱喩(은유)’라고 말하기도 한다. 질병이란 하나의 느낌이나 판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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