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강신익]‘기’를 살리는 교육

  • 등록 2005.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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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 중에는 유난히도 본연의 업무를 떠나 외도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연예인도 있고 변호사도 있으며 외교관이 된 분도 있다. 또, 치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야의 학자가 된 분들도 적지 않으며 아예 치과 문을 닫고 음식점을 경영하거나 사업가로 성공한 분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현상은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치과라는 분야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끼’를 수용할만한 여유가 없는 답답한 분야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치과의사들 중에는 유난히도 별난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치과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취미와 능력을 살릴 수 있었다면 그들이 그 직업 자체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첫 번째 이유가 타당하겠지만, 안과나 이비인후과와 같은 인접 분야에서는 이런 일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보면 두 번째 이유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우리 치과의사 사회가 다른 전문직 집단에 비해 무척 다양한 욕구와 능력을 가진 구성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 합리성과 이성을 바탕으로 한 직업질서를 강조하는 20세기의 시대정신과는 크게 어긋나는 것이겠으나, 획일적 안정보다는 다양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역동성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의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치과계가 이러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끼’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의 끼와 능력을 활용하기는커녕 시대의 흐름마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으며 주어진 현안의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미래를 준비하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같은 느낌이다. 많은 치과대학이 치의학대학원으로 전환했지만 교과과정은 여전히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을 거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할 만한 포용력과 융통성을 갖추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치과의사지만 의대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치과대학 교육의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말해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 의과대학들의 교육과정은 대변혁의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런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만큼 도도하며, 이러한 흐름은 치과대학이라고 비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 흐름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학과목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과정의 운영이 대세다. 이는 의료행위의 중심이 의사에서 환자로 이동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둘째, 강의 시수가 대폭 줄고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기반학습(PBL)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족보만 달달 외워서는 절대로 제대로 학점을 받을 수 없는 시절이 된 것이다. 셋째, 인문사회의학 계통의 과목들이 대폭 강화되었다. 의료윤리와 의사학 뿐 아니라 의료인문학, 의철학, 의료사회학, 의료인류학, 심리학, 의학과 문학, 예술과 의학 등 다양한 학과목이 개설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넷째, 모든 과목이 전공필수인 시절은 가고 다양한 선택과정이 개설되고 있다. 모든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강의를 듣고 똑같은 시험을 치루고 똑같은 의사가 되는 시절은 지나간 것이다. 의사를 기술자가 아닌 개성을 지닌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간으로 교육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치과나 의과대학 과정 중에 다른 기초과학이나 인문학의 학위를 추가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한 미국과 유럽의 제도를 참고로 해서 다양한 ‘끼’를 가진 학생들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쯤 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치과대학 교수들이 많을 줄 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흐름은 시대적 대세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21세기의 생존 코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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