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과학 기술에 기초를 두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과학 기술로 개발된 첨단 기계나 기구를 통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를 과학자로 착각을 하는 경향마저 생겨났다. 의사가 행하는 일은 모두가 과학적 근거가 있으려니 생각하고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의학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과학기술의 세력은 마치 신앙과 같은 종교의 모습을 띄기도 한다. 특히, 과학적 기술에 대한 가치를 드높이고 찬양하는 역할과 책임은 의사의 몫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의학교육 자체가 마치 기술우선주의에 대한 가치를 전수 받는 일로 가득 채워져 있으므로 서구 사회에서 가장 높은 가치와 신념을 두고 있는 기술문명에 대한 대변자로 의사를 만들어 오고 있다.
기술위주 의학의 패러다임의 근간을 이루는 주된 가치는 분리하는 일이다. 인체를 구성 부분별로 나누고 질병을 구성요소에 의해서 분리해서 연구하고 의료행위를 많은 전문분야로 쪼개어 전문가(specialist)를 키워냈다. 분리와 분류가 극단으로 추구되면, 얼핏 매우 합리적이고, 전문성이 있어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우리들이 찾고자 하는 실체들 사이에 상호 연결성을 찾기엔 너무나 미흡한 허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학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있는 현대의학은 이러한 모습의 위험을 남몰래 저지르고 있다.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물심이원론(物心二元論)에 심취되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기에 애매한 인간의 반응을 과학(의학)기술의 연구대상에서 제외하고, 과학에서는 육체만을 다루고 마음은 신학 영역으로 넘겨주었던 것이다. 현대의학의 비극은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 의료 분야에서 진보나 혁신 또는 첨단이라 생각하는 의미는 복잡한 기계를 만들어 발전시키는 일과 동일시 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의학에서 사람끼리의 접촉은 불필요하게 되었으며, 오직 기계적인 것에 의한 테크놀러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몰입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 병원에서 볼 수 있는 기계가 보여주는 드라마는 매우 극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심전도가 나타내는 그래프의 움직임,증폭되어 들려지는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 움직이는 바늘, 순식간에 데이터를 뿜어내는 숫자들... 이런 현상들로 인해서 환자들은 신비한 최면에 걸려들기에 알맞다.
의사들이 환자를 다루는 방식은 환자를 한 사람의 온전한 인간으로서 보다, 병든 육체의 부품들의 집합체로 생각하면서 환자의 생각과 느낌은 무시하고 환자의 지적욕구를 외면한다. 다만 의사의 일방적인 판단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뿐이다.
대학 시절부터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마치 군대훈련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키는데 익숙하다. 끼니를 거르기는 예사로운 일이며 때로는 싸구려 즉석 식품을 목구멍에 넣으면서 훈련에 열중하기도 한다. 그다지 필요도 없을 것도 같은 과잉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두뇌를 혹사 시키며 어떤 상황에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되고, 그 결정을 고수하도록 훈련된다. 그 훈련 과정에는 허심탄회한 토론이나 개방적 대화 같은건 사치이거나 금기사항으로 되어 있다. 거기에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흰가운은 권위와 위신을 키우고, 바쁘거나 귀찮은 표정을 지우면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절함으로 더욱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고 한다. 그런 혹독한 훈련을 거쳐 일단 전문의사가 되면 권력과 지위가 보장되면서, 자신의 육체와 기술을 성공의 도구로 삼게 된 것에 안도의 숨울 내쉬면서도 계속 혹사의 습관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관습에 빠져 들고 있다.
고도한 전문의가 될수록 테크놀러지의 위력에 몰입되면서 인간사이에 소통되는 공감적 표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 있다. 왜냐하면 전문화된 기술의 강력한 힘과 효과를 안고 있기 때문이며, 전문성이 높을수록 일은 덜하면서도 소득은 늘게 되며 인간관계 문제를 소홀히 하고 다만 기술을 통해서만 의료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