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재일/오늘도 계속되는 그리스 신화

  • 등록 2005.06.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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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해는 비행기 창 아래서 밝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일견 황량해 보이는 그리스의 땅이 보였다. 낮은 산과 드문드문 흩어진 작은 나무들, 생소한 풍경, 수천 년의 기억이 함께 묻혀 있는 곳. 비행기에서 내리자 낯선 올리브나무와 함께 조금은 소박하고 옛 기억 같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들은 역사 속에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끄러운 소음과 혼잡한 거리 가운데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똑같이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신화 속에 사람들이 살았었고 다시 신화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 옛 이야기들, 별만큼 많은 전설들,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했던,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인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사실, 신화 속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신들의 이야기보다는 어리석고 욕심 많으며 힘없는 인간의 모습들이 먼저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오래 된 인류는 황금의 종족으로, 괴로움이나 불행도 알지 못하며 늙지도 않고 쾌락에만 열중하면서 살았었다. 그 다음으로 나타난 인간은 오만 불손한 은과 청동의 종족으로 무수한 전쟁을 일으킨 끝에 제우스가 일으킨 대홍수로 멸망한다.

 

그 후 다시 현재의 인간인 철의 종족이 나타났다. 지금의 우리이기도 한 그들은 온갖 고통 속에서 신들에 비해 보잘 것 없이 짧은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것은 타이탄의 아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를 속이고 하늘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불은 권력과 욕망의 다른 상징일까? 화가 난 제우스가 판도라를 만들어 보냈고, 그녀는 찾아낸 상자를 열어 모든 재앙을 밖으로 나오게 해 버렸다. 놀란 그녀가 뚜껑을 닫았으나 거기에는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들은 영원히 온갖 불운으로 고통 받으면서 닫힌 상자 속 같은 마음 한 구석에서만 희망을 품은 채 평생을 그 헛된 희망에 기만당하며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리석음, 욕망, 교만, 그리고 헛된 희망. 그 고통 속에 사는 인간들 개개인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신에 가까이 가고자 했던 인간들,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얕은꾀만 가진 채 신들이나 세상을 쉽게 기만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신의 아들로 생각하고 신처럼 행동하고자 했다. 신이 자연과 우주를 대표한다면 신의 모습을 한 인간은 어리석음과 욕심의 덩어리로 나타난다. 한치 앞도 보지 못하고 순간의 탐욕과 교만으로 눈이 멀어 영원한 고통 속으로 뛰어든 그들은 때론 어설프게 신의 흉내를 내기도하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끝없는 추락과, 연민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고통의 형벌 속에 남겨진다.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오스와 님프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친구로부터 ‘너는 태양신의 아들이 아니다"라는 조롱을 받자, 직접 헬리오스를 찾아가 하늘을 달리는 태양의 전차를 하루만 빌려달라고 한다. 태양의 마차는 제우스도 타지 못하는 위험한 것이었는데 어리석은 자만심으로 가득 찬 파에톤은 어떤 주의나 경고도 듣지 않고 네 마리의 말들이 끄는 태양의 전차를 하늘을 가로질러 몰았고. 미숙한 파에톤의 통제를 벗어난 말들이 제멋대로 날뛰어 태양의 열기가 세상을 어지럽히자 제우스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벼락을 내려 파에톤을 전차에서 떨어뜨렸다.

 

파에톤의 온몸에 불이 붙은 채 강에 빠져죽는다. 시지포스는 그리스신화에서 인간 가운데 가장 교활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지포스는 교묘한 방법으로 죽음의 신조차 피하고 장수를 누렸다. 그가 받은 벌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는 영원히 큰 돌을 굴러 올려야 하는 벌을 받았다. 돌을 정상 근처까지 밀어 올리면 다시 돌은 굴러 떨어지고, 다시 밀어 올려놓으면 다시 굴러 떨어져 영원히 돌을 밀어 올려야 되는 무서운 형벌이었다.

 

시지포스에게 내려진 형벌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한 단면일지 모른다. 끝없이 무언가를 끌어올리려는 어리석은 모습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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