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 월요칼럼]의술의 자율성과 윤리

2005.07.18 00:00:00


서양의학은 근세이후 오늘날까지 합리적인 실증주의(實證主義)적 사고에 의해 과학적이고 고도의 분석실험의 결과에 비중을 많이 두었기 때문에 치료나 진단에 눈부신 발전을 했음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의학의 이와 같은 개별 과학적 해석은 의학의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배경을 형성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학이 실증주의에 대한 맹신 때문에 과학적 세계관이 급진적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종교나 윤리성이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의학으로부터 멸시를 받거나 점차 배제 되어졌다. 즉 과학기술만이 인간의 실존과 생명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서 생명은 과학기술의 전유물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생명의 조종은 오로지 생명의 과학기술을 강화시키면 더욱 찬란한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빠진 것이다.


현대의학은 ‘건강은 만들 수 있는 것’이며 현대시설을 갖춘 병원은 ‘건강을 창조하는 기관’이 될 수 있음을 뽐내고 있다. 의학이 지나치게 과학기술과 접목이 되면서 의학이 다루어야 할 인간의 실존문제인 인간학에서 점차 이탈하면서 고통 받고 신음하고 앓고 있는 사람이 무시되고 오로지 질병 자체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데카르트의 이원론(二元論)적 인간관에 심취해서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서 생각하려 했으며 인간과 자연 및 사회환경마저도 독립적인 개념으로 인정하는 철학적 사상은 의학에도 그 영향을 미쳐 의학에서 개체주의적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현대의학을 소위 기계수선업 같은 것으로 전락시키는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현대의학은 자기모순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 심신의학(psychosomatic), 총체의학, 가정의학 등을 내세우면서 기계론적,기능주의적 의학의 흐름을 다소 누그려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에 있다.


현대의학이 언제까지 응용과학이나 기술과학에 매달려 가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어야만 하나?
인간의 질병이란 단순히 육체적인 결함만이 아니고 인간전체의 결함으로 봐야하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되며 병의 원인이나 병원균에 대한 규명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요소를 함께 규명하는 사람다운 삶과 건강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접근이 더 중요함이 인식되어야 한다.
의술은 우선적으로 기술적인 면만을 강조되는 행위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것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하고 또 윤리적 가치의 실현을 그 목표로 삼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언제나 의학과 의사의 행위에는 윤리적 제한이 따르게 마련이다. 물론 의술의 전문성엔 매우 관대한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 자율성 내에서 윤리적 성격의 제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를 다룰때 의사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해선 안되며 치료에 있어서도 환자의 동의가 의사의 처지에 필요조건 일수는 있지만 환자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지 않아야 된다.
의사는 환자의 소원을 단순히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는 언제나 자기가 처치한 의학적 시술에 대해 최선을 다했는가를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회의를 갖는 일에 소홀해서도 안된다.


생명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해서는 안되며 환자의 고통을 예방하고 제거하는 책임을 가진 의사는 언제나 성직자에 준하는 역할도 함께 감당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의술은 질병과 신체적 부조화를 회복시켜 주는 것에만 목표를 두어야 하며 기술의 지나친 능력에 따라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
의학은 병리(病理)를 다루어야 하지만 생리(生理)를 변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질병의 치료는 물리적, 화학적 수준을 넘어선 사회학적 정신적인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의사 혼자만의 능력으로 질병을 처리하기엔 너무나 그 범위가 넓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의사 혼자만이 아닌 다른 전문적인 식견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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