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 월요칼럼]‘과학은 겸손해져야…’

2005.07.25 00:00:00

 

작년 미국 야구 월드시리즈의 보스턴과 세인트루이스의 경기는 보스턴이 압승함으로써 ‘밤비노의 저주"가 풀렸다고 야단들이였다.


그 중계방송을 보면서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월드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야구장의 스코어보드가 어느 야구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광판이 아니고 사람이 손 수 쓴 수동식 스코어판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였다. 아마 세인트루이스 구장이 아니였나 기억된다.


옛날 우리나라 야구장에서도 사람이 직접 스코어판을 갈아 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모두 전광판으로 바뀌었고 대형 텔레비전 화면까지 곁들여 장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과 같이 과학선진국이고 부강한 나라에서 아직도 옛날식 스코어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은, 전광판으로 장치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는 더욱 아닐 터이다. 옛날부터 사용해 왔던 전통적인 관습을 굳이 과학 문명이 발달했다고 해서 섣불리 갈아치는 것보다 옛날 것의 멋스러움과 향수를 쉽게 팽개치고 새로운 것으로 갈아 치우는 성급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배려되어 있는, 의식적인 전통에 대한 고집같은 것 일 것이다.
과학적 지식은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정확한 지식이며 과학적 방법과 검증만이 쓸모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엔 틀림없다.


인류문화의 초기에는 대부분의 지식은 주관적 지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문명이 점점 발달되면서 오늘날의 지식은 대부분 객관적인 지식으로 되었다. 문명이 곧 과학이였기 때문이다.
객관적 지식으로 단단히 짜여진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은 하드사이언스(hard science)라 분류하여 주관적 지식으로 그 지식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흩어져 있는 듯한 학문을 소프트사이언스(soft science)이다. 예를 들자면, 심리학 경제학 철학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의학은 어느 범주에 속할 것인가?


객관적 지식은 모든 사물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예측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 생활을 실질적으로 돕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지식이 될 수밖에 없다. 대신 주관적 지식은 단지 우리의 감성에 호소하는 다소 막연하고 애매한 예술적 지식 같은 것이다. 즉 아름다움이나 사랑, 고통 같은 순수한 개인 경험과 통찰로 이루어진 지식을  말한다. 우리들은 지금 과학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세상의 모든 일을 과학적 지식에 의해 판단하고 과학적 접근 방법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 하려는 것으로 인해 인간성의 상실, 경제 제일주의 사고에 몰입되어 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과학적 지식이 때로는 성토의 대상이 되기도 하여 과학적 지식자체에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과학적 방법은 자연의 법칙을 추출해 내고 확인하는데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강력한 방법이긴 하지만 인간의 정신세계는 과학적 법칙만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먼 곳에 있고 감성적 판단에 대해서는 과학이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래서 과학지식은 인문학, 예술학 등과 언제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과학이 닿지 않은 곳에서 과학의 지식으로 산출해 낼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음을 인식한다면 과학은 겸손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과학의 지식은 실험으로 다져져 있지만 완전한 진리는 아니다. 과학의 법칙은 어디까지나 아직 부정되지 않는 가설의 체계일 뿐이며 우리가 알려고 하는 것은 진리를 추정하는 것일뿐이며, 만고불변의 절대적인 진리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일이다. 과학적 지식이 매우 유용하고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지식 자체가 절대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지 않음에 있다. 언제나 의문과 회의의 대상이 되며 언제나 도전받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 수정되거나 폐기되면서 그 지식의 체계를 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믿고 있거나 무수히 검증된 법칙을 파기하거나 수정시키면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된다’는 말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


과학적 지식은 사물을 조직적으로 분석하는 가장 치밀한 방법이긴 하지만 사물의 본질에 관해서는 한마디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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