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의 원장 이야기 치과역사(51나기라 다쓰미(柳樂達見)와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 젊은 교수들 (하)

2005.09.08 00:00:00



<제1388호에 이어 계속>

 

4. 나기라 다쓰미는 대개 1일과 2일은 새해인사를 다녀야 하는 관계로 우리 교직원은 3일에 댁으로 찾아뵙는 것이 관례였다.


어느해 타까시마 요시우도(高島義人)와 함께 조선신궁 아래에 있는 집으로 인사갔다. 먼저 온 마에다 세이지가 이미 취해 큰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도 덩달아 크게 떠들어대며 실로 유쾌하게 마셨다. 마시는 도중 나기라 다쓰미에게 이끌려 어딘가의 대관의 관사에 갔다. 그곳에서 고급시가를 몇 대 주머니에 넣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지만 3명 모두 무사히 귀가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시가는 엉망이 되어 피울 수 없게 되어서 참으로 유감이었다.


하세카와쵸(長谷川町)로 이전한 후 설날 의식이 끝나면 교수들 모두 배속장교를 선두로 하여 우선 조선신궁으로 참배하고 나서 각 선생의 집을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마셨다. 그 중에도 제일 재미있었던 일은 초대 배속장교 아라타(新田) 장군으로 실로 호쾌한 군인다운 사람이 있었다. 우리도 점점 친구처럼 친해져서 집으로 찾아가 야단법석을 떨었던 일도 있었다. 그중에 제일 우스꽝스러웠던 것은 장군의 송별회를 메이지정(明治町)의 국화집에서 했던 때였다. 연회의 절정이 되어 기세를 올리고 술잔이 돌아서 마시고 취할 정도가 되자 평소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누군가 장군의 군도를 빼서 휘둘렀던 것이다. 장지는 찢어지고 술잔은 날라가고 나와 타까시마 요시우도는 구두를 신을 틈도 없이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와서 눈 녹은 길을 질퍽이며 도망을 쳤다. 이것은 조선에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었다.


5. 겨울이 되면 기온이 점점 내려가 옥외 운동이 제한된다. 겨울 스포츠로는 스키와 스케이트가 있었다. 스키는 금강산까지 가야 탈 수 있지만 스케이트는 경성부 내에서도 간단하게 탈 수 있었다. 야오 타로(失尾太郞)도 스케이트 정도는 꼭 타고 싶었다. 혼자서 익히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총독부의원 치과의사 무라사와 코우(村澤胱)를 사범으로 동대문 근처의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빌려 탄 것까지는 좋았다. 마찰저항 없는 빙상은 움직이면 쓰러지고 기면 다리가 떴다. 결국에는 허리가 아파서 스케이트는 완전히 포기했다. 22년간 단 한번 밖에 할 수 없었던 기록이었다.
영하 10도이하가 되면 거리는 모두 얼어서 거울 위를 걷는 것 같아 방심할 수 없었다. 언제 미끌어 넘어질지 몰랐다. 일단 넘어지면 좀처럼 일어나기 힘들었다.


어느 해의 1월 아마도 노구치 사부로(野口三郞)와 둘이서 거리를 급히 가고 있는데 길가의 하수구 안에 누군가 빠져 있는 것이 눈에 띠였다. 악전고투 끝에 끌어올려 보니 미즈시마 하루오(水島治夫)였기에 댁까지 배웅했다. 취해서 하수구에라도 떨어지면 마지막이다. 주위는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미끌미끌 손을 쓸 수도 없었다. 누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 나기라 선생의 이야기에 의하면 조선신궁의 참궁로(參宮路) 쪽에 댁이 있었는데 뒷길을 지나오면 가깝기에 언제나 다니는데 매우 급경사여서 겨울에는 보통 주의하지 않으면 하수구로 미끌어 질 위험이 있었다. 이 구멍에서 그 당시 경기도지사인 도키미(時實)를 구한 적도 있었다. 졸업생 제군들은 많이 경험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2월 말이 되면 연말경계가 시작된다. 야오 타로(失尾太郞)는 충단(忠壇)의 동쪽 신당정(新堂町)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밤늦게 돌아오면 반드시 불신검문에 걸렸었다. 술에 취해 좋은 기분이 되어 충단의 입구에 들어서면 순사가 있다. 그곳을 몰래지나 신당정 쪽으로 가려고 하면 “잠깐 기다려.”라는 소리에 재빨리 도망쳤다. 본정서(本町署) 순사라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멈춰 섰다. 숨이 차 “하하” 몰아쉬고 있는데 순사가 쫓아왔다.


“왜 도망갔느냐?”는 질문에 “거기서 연말에 강도를 만났다고 잘못 생각해서 도망쳤다. 집은 바로 저기인데 무서워서 한발도 움직일 수 없다. 미안하지만 데려다 달라.”고 사정사정했다. 순사의 호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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