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규제완화라는 명분

2005.11.14 00:00:00

요즘 들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허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의료시장개방(외국면허 인정)과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허용, 의료광고 규제완화가 아주 구체화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일이 있었다.


‘규제 완화’라는 ‘전가의 보도’로 제주도가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이다. 현재 20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에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의 유명병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개원을 하여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뛰어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항공료와 체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미국의 유명 병원들은 그 곳에 존재함으로써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받고 있는 연봉 역시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미국 내에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조차도 자신의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따라서 그 정도의 스타급 의료진이 우리나라에 설립될 병원에 근무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은 이름만 유명병원일 뿐, 환자들의 요구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고, 외국에 나갈 사람은 계속해서 외국에 나가 치료를 받게 되는 일이 계속될 것임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저임금에 중국이나 동남아국가 등 후진국의 의사들을 고용한 의료기관이 설립될 수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에서는 이렇게 후진국 의료진이 들어오는 경우는 조례를 통해 막으면 된다고 하고 있으나 예전의 중국과의 마늘 파동에서 볼 수 있듯이 WTO 체제에서 이런 일은 어려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의 공공성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명분으로 반대를 하고 있다. ‘영리’와 ‘공공성’은 배치되는 개념이니까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자 이상한 말이 흘러나왔다고 하는데, ‘비필수진료과목’에 한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설립을 허용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이었다는 풍문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비필수진료과목’이란 미용성형, 다이어트 등이 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여기에 ‘치과보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후진국 치과의사들의 영리법인 치과병원의 경우 ‘근관치료와 발치는 다른 곳에서 하고 오세요. 보철은 아주 싸게 해드리죠.’ 하게 될 것이고, 다른 경우는 ‘저희는 대기업인 OO그룹이 운영하는 보철전문치과이니 근관치료나 발치는 다른 곳에서 하고 오세요.’ 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대책’이라는 것인데, 그동안 정치꾼들과 공무원들의 행태를 볼 때 이 풍문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선진국의 법과 규제를 단순히 도입하여 사용해 왔는데, 그 결과 시행착오를 비교적 적게 할 수 있었던 측면은 있었으나, 군사독재라는 시기를 거치는 동안에 많은 부문에서 정당성의 결여를 의심받게 된 문제를 갖게 되었다. 때문에 의료시장개방이나 영리법인의 허용반대는 ‘기득권의 저항’ 정도로 매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제도가 도입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선진국 사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만들어낸 규제가 단지 기득권 보호로만 치부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분위기를 타고 영리법인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의료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영리법인의 의료기관개설허용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쉬운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기업과 투기세력이 있다는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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