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소신 있는 수용/이안희

2005.11.28 00:00:00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 가끔 변두리에서 조그마한 점방을 하고 있다며 우스개 소리를 할 때가 있다. 돌아보면, 적잖은 시간동안 치과를 경영하면서 크게 자만한 적도 없었지만, 누군가와 비교를 하며 위축됐던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개원이었다고 자평한다.


얼마전 내가 개원하고 있는 그 변두리 대로변에 ‘대형치과 개원예정’(아마도 개인의원을 겨냥한 문구였으리라.)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붙은 뒤, 어느사이 진료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얼마전 반모임에서 자연스레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개원햇수가 오래되신 비교적 기반이 잡힌 선생님들께서는 비교적 애써 무감각하게 받아들이시려는 눈치셨지만, 개원한지 얼마 안되신 바로 근처의 한 개인병원 선생님께서 경영압박을 받을 정도라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매우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셨다. 사실 그 솔직한 말도 그랬지만, 그 선생님의 불안한 표정이 매우 현실적으로 아프게 가슴에 와 닿았다. 뭐라 딱히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지금이 환자가 없는 시기예요”라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 했주었지만, 분명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옹기종기 붙은 옆치과와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재료가 떨어지면 서로 빌려주고 빌어오던 그 호시절은 이제 저 먼 추억속으로 영영 사라져 버렸는가? 이제는 변두리까지 찾아드는 시설, 인력, 장비들의 투자에서 턱없이 앞서는, 엄밀히 말해 공정하지 못한 조건을 선점하고 있는 자칭 대형치과와 싫든 좋든 경쟁을 해야한다. 어떻게 무엇으로 페어플레이를 할 것인가?


지난 1월 자유무역협정체결로 자유무역구내의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 하다. 당장은 영리법인으로 들어와서 의료비 지불에 별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소위 대형치과들과 경쟁을 벌이겠지만, 그 영향력은 서서히 파급될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세계화 개방화의 추세에 우리나라만 방어 패쇄적인 정책으로 버틸 수는 없다. 중국에 나가서 의료행위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우리는 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이미 자유무역으로 전세계의 시장화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의료시장도 결코 예외는 될 수 없다. 물론, 정부입장에서도 정책적으로 그 여파는 최대한으로 줄이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경쟁의 위치에 있는 병원들의 나름대로의 고민들과 노력과 준비일 것이다.


개인병원, 공동개원, 혹은 대형병원 모두 나름대로 비교대상과 경쟁구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일이 행복을 위협하고 있다. 각자의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겠지만, 결정적인 해법은 바로 우리 마음에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우리들 대부분이 외형적인 규모에 따라 더 점수를 주게 되고, 마음이 기우는 경향이 있다. 사실, 외형적인 투자에 내실이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 이긴 하지만, 작다고 해서 부실한 것도 결코 아닐진대 말이다. 엄밀히 말해,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투자규모가 다각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대신 할 수는 없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내실있는 연구와 진료로 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얻고 있는 개인병원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인력과 자본투자에서 훨씬 앞서는 공동개원의 경우에서의 양질의 가치창출기회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아예 불필요한 일일 테지만 말이다.


요즈음 각계 각층에서 유혈경쟁의 레드오션을 깨고 경쟁이 무의미한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야한다는 블루오션이 화두다. 치과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변두리까지 대형치과가 들어오는 것도, 자유뮤역시대에 다른 모든 분야에서처럼 의료개방이 되는 것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이 대세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냉철한 자기평가 및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아,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고 서비스를 창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