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각균 서울치대 교수/과학적 사고와 비판 능력

2005.12.26 00:00:00

 

 

과학적인 성과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경우, 그것이 비록 어느 한 사람이 과학자로서 다른 과학자의 성과를 비판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소위 ‘mixed feeling"이 개재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즉, 개인적인 감정을 떠난, 아주 냉철하고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비판을 접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과학의 발달에 따라, 이미 오래 전에 정설로 굳어져 버린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학설에서 어떤 한계를 발견하였다던지, 또는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학설을 제안하는 경우까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학의 역사는 이러한 동시대 과학자들 간의 편견, 반목, 질시에서 비롯된 인간 드라마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지만 온갖 잔혹함과 사회적인 파장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이름으로라면 언제나 공개적인 비판이 허용되어야 하고 또 허용될 수 있음은, 과학적 진실을 수호하는 과학의 굳건한 객관성의 반증이며, 어떤 헛된 비판도 그 가혹함만으로 과학적 진실을 훼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음과 헛된 주장, 심지어는 사기가 횡행하는 것이 과학계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는 일견 놀라운 일일 것이다1.


과학적인 성과에 대한 비판이 일어날 경우, 우리는 제3자적인 입장에서 비판의 과학적인 면을 인지하고 이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단지 질투나 반목으로부터 몰아붙일 경우, 과학적인 비판 기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인신공격의 수단 혹은 어떤 순수하지 못한 (여기서 순수하지 않다는 것은 과학적인 것 외의 모든 것을 말한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비판적 논리를 동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언제나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과학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과학자 역시 인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황우석교수의 일에서 일반 대중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과학자로서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객관적인 과학적 비판을 위한 분별력을 지금껏 잘 갖추지 못했음을 새삼 절감한다. 심지어 우리는 과학적으로 제기된 의문이 우리 사회 전체에 걸쳐 매도 당하고 묻혀 버리는 것을 목도했다. 필자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한다. 과학이 위대할 수 있는 것은 과학이 지닌 객관적인 비판의 가능성 때문이다. 이를 잃었을 때, 과학은 이미 과학이 아니다.


어떤 뜨거운 애국심이나 성원으로도, 혹은 거꾸로 혹독한 비난이나 증오도 과학적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다. 오히려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온갖 루머와 갈등에 시달리게 됨을 이번 사건에서 분명히 보았다. 과학적 비판능력을 갖추지 않은 과학자의 존재란 생각할 수도 없겠지만, 과학적 비판능력이 비단 과학자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님을 또한 이번 사건으로부터 절실하게 느낀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헛되이 품었던 기대와 희망에 허탈해하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보냈던 성원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또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계가 겪게 될 시련을 걱정하고 있다. 비록 이제 우리 스스로 허탈한 심정을 추스리고 과학계의 앞날을 대비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보냈던 성원에 대해서는, 그 성원이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었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헛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언젠가는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과학적 사고와 건전한 비판 능력이다. 이것 없이는 필연적으로 우리는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될 것이다. 과학적 사고와 건전한 비판능력은 우리 모두가 갖추고 함양해야 하는 필수적인 능력인 것이다.

1 Voodoo Science: The road from foolishness to fraud, Robert Pa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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