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제가 바람직

2006.03.09 00:00:00


법이 만들어지고 중도에 개정되는 과정은 그 시대의 요구와 정의를 반영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의 제정이나 개정문제가 매우 어려운 과정을 가는 것은 전체적인 보편성보다도 이해 부류간의 간극조절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회가 비정규직법을 제정하려다가 제동이 걸린 것도 바로 이해당사자간의 간극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의료광고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헌재에서 일부 광고허용 범위를 넓히는 판결을 해 의료광고의 허용수준을 확대한 이후 복지부에서 개정하는 절차만 남은 의료광고 관련 의료법도 이해관계가 서로 달리하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헌재에서는 국민이 의료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며 내린 결정이지만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의료광고란 다른 일반 제품광고와 달리 사람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일반 광고와 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당시 헌재로부터 의료법 위헌판결을 끌어낸 담당 변호사 역시 자신이 승소하긴 했지만 헌재가 이같은 판결을 내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헌재의 판결은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거치지 않은 결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헌재 판결로 인해 이미 정부에서는 올해 안에 네거티브 방식의 의료광고 허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리 정한 금지사항만 피하면 어떤 광고라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예정한대로 올해 안에 네거티브제 의료광고를 도입하는 개정안을 만들려 한다면 이제는 논의만 해서 될 일이 아니고 확실하게 네거티브제와 포지티브제의 장·단점과 실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난달 28일 의료광고 허용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료광고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세미나’는 바로 시발점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현행과 같은 형태의 포지티브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갑론을박 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것은 국민에게 보다 많은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의 선택권을 주자는 의도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날 발제한 김창엽 교수의 주장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의료인과 소비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 관계에서는 소비자의 알권리 확대가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료 제공자가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정보가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규제로 인해 이를 준수하는 의료기관과 칼럼형태 등 법망을 피한 기사성 광고를 게재하는 의료기간과의 간극을 메워줄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그 가운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에게 피해가 덜 가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개선된 포지티브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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