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규범과 자율징계권

2009.04.20 00:00:00


자율징계권이 없는 윤리규범은 종이에 불과하다. 지난 17일 치과의사회관에서 열린 ‘치과의사 윤리헌장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대체로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최소한의 제재장치가 없는 규범은 그저 지켜야 할 도덕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치과계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치과의사의 윤리의식을 고취시킬 것을 공론화 한 적이 있다. 치과계가 진정으로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자세와 정신을 갖춰 나감으로써 존경받는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들을 위한 윤리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리규범은 의료인으로서의 자세와 사회적 책임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상징적인 기준으로써 필요하다. 스스로 윤리규범을 만들어 모든 치과인이 이를 지켜나가는 운동을 벌임으로써 치과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사회적 책임감을 공감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렇게 윤리규범만 만들어서는 효율이 있겠는가. 그저 외침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가. 어떤 방법으로 치과인들이 지켜나가길 바라겠는가. 이날 공청회에서는 바로 그 대안으로 자율징계권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마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당국인 보건복지부의 시각이다. 이날 참석한 복지부 담당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의료인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데 부정적이다.


당국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일견 공감이 된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는 등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도 있고 자칫 지나친 권력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충분히 보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정부 당국은 예나 지금이나 권한이양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할 수 있지만 민간단체는 할 수 없다는 관중심의 권위주의적 발상 때문이라고 본다.


이미 변호사협회나 공인회계사 협회, 세무사협회, 변리사회 등에 자율징계권이 주어졌다면 의료인 단체에 이러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전문직업인에 대한 일차적인 징계권한을 전문인 단체에 이관했다는 것은 행정당국이나 사법 당국의 전문지식의 한계성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자율징계권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당국이나 사법당국에서 의료문제에 대해 자문의뢰가 들어온다면 제 식구 감싸기 자문이 나올 확률이 오히려 더 크지 않을까. 차라리 권한과 이에 따른 책임을 줄 때 더욱 공정한 판단이 나온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 자율징계권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한다면 정부의 부담이 훨씬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징계권이 갖는 의미는 회원 위에 군림하려는 것도 아니며 회원의 잘못을 처벌만 하려거나 면죄부를 주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윤리규범을 지켜 나감으로써 국민간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환자중심의 의료인으로 거듭나려는데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보다 긍정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의료인 단체라는 전문성과 특이성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권한 이양을 과감하게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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