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푼다는 생각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아”
정립회관·뇌성마비복지관
목요일마다 출근 무료진료
‘장애인 치과학’ 최초 도입
학문 체계화·봉사영역 넓혀
장애인 봉사 ‘대부’ 이 긍 호 경희치대 소아치과 교수
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 심상치가 않다. 눈과 코와 입의 위치가 가히 예쁘다고 할 수 없다. 얼굴은 45도로 기울어져 있고 손은 연신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발은 제대로 펴지 못하고 양손으로 기구를 부여 잡고 보조기를 찬 다리를 한 발 한 발 힘겹게 옮긴다. 그렇지만 두 눈은 희미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안고 연신 빛나고 있다.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봉사를 해온 이긍호 경희치대 소아치과 교수에게 보내는 따듯한 웃음이다.
이긍호 교수는 목요일마다 무료진료를 위해 정립회관과 뇌성마비 복지관으로 출근을 한다.
무료진료를 너무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언제부터 봉사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학생 때부터 무료로 진료를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 진료봉사의 출발점으로 기억될 뿐이다.
장애인 진료의 대부로 통하는 이긍호 교수는 80년대 초에 일본에서 장애인 진료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이후 경희치대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치과학을 본과과정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서초구 보건소에서 시작한 장애인 진료도 고 기창덕 박사와 함께 초석을 이루는데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재단법인 스마일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에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가칭)장애인치과학회를 통해 장애인 치료 학문을 체계화하고 있다.
“봉사란 남들이 알지 못하게 조용하게 하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이 교수에게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있은 대통령상 시상식 참여를 거부했던 일화는 그의 드러내지 않는 봉사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대학 설득에 따라 결국 시상식에 참석하기는 했다).
이교수는 “스마일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젊은 치과의사들로부터 이전 세대와는 틀린 봉사정신을 읽을 수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며 “어떤 이는 상을 준다면 봉사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또 다른 많은 치과의사들이 소리없이 묵묵히 봉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젊은 치과의사들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진료를 하다보니 백혈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구강상태가 보여 백혈병 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는데 정말로 백혈병으로 진단이 내려와 보호자는 이 교수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고마워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장애인을 진료하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고마워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면 천만의 말씀”이라며 “오히려 진료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왜 누구는 공짜로 진료해주고 누구는 안해 주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는 등 상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교수는 “장애라는 게 뭘까?”라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는 살 수 없듯이 장애인을 이상하거나 무섭게 생각하지 말고 단지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봉사를 하면서 베푼다고 생각하기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라는 천직으로서의 달란트를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랑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살아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새로운 희망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교수는 2007년 2월 퇴임 후에도 계속되는 봉사활동을 하리라고 결심한다.
안정미 기자 jmah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