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2006.11.23 00:00:00

최근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가 혼미한 정세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개원가의 최대 이슈는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 강행으로 인한 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현재로서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 내역을 공단에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정부 당국은 그래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치협은 의약인 단체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친 끝에 지난 15일 치과계를 대표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치협이 밝힌 입장은 ‘유보’다. 5개 의약인 단체들이 모여 TF팀을 구성하고 여기서 합리적인 소득세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며 헙법소원도 병행할 것임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득공제 진료비 내역을 자료집중기관인 공단에 제출하는 것을 유보해 달라고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이로써 개원가에서는 그동안 우왕좌왕하던 것이 어느 정도 정리돼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으로 시작에 불과하다. 치협과 일부 의료인 단체에서는 공단제출을 유보한다고 선언했지만 과연 앞으로 정부 당국과 어떻게 합리적인 대책방안을 협의해 나갈지, 또 정부 당국이 의약인 단체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논의자리에 나서줄지 아직 미지수이다.


아쉬운 점은 정부 당국의 제도 시행 의지는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의약인 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번쯤 귀 기울여 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의약인 단체들은 이 제도가 자칫 환자 진료 비밀 및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재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아직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공단에 제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급여청구를 할 수 있었지만 비급여 부분은 그러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작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교육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에 필요한 비용을 어떤 식으로 보완해 줄 것인지도 논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도 무조건 실시하여 성과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약인 단체들의 이유있는 설명을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아쉬운 것이다. 현 정부가 계속되는 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바꿔놓기 위해 과도한 실적달성을 염두에 두다보니 의약인들의 주장을 폄하시키고 밀어붙이려들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환자진료내역 정보화 사업이나 이 제도나 그 명분과 목적은 나무랄데 없다. 그렇다고 제도 시행을 위한 과정의 문제점까지 덮어둘 수는 없다. 의약인 단체들은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정부당국은 제도의 목적과 효과성만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자신의 타당성만 주장하고 있으니 대화하기 어려운 것이다.


칼 자루 잡은 정부 당국이 더 이상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일단 의약인 단체들이 거론하고 있는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펴볼 시간과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 한다. 정부 당국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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