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도 외면한 연말정산

2007.01.04 00:00:00


의료비 연말정산 간소화 제도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실상 국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근로자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인 54%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근로자의 인식이 정책이나 제도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근로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쯤 고찰해 볼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고 해도 수혜자인 국민들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굳이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강행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의료비 내역제출방법에 대한 생각도 주목할만 하다. 이 질문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만이 제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응답한 근로자가 55%였으며 현행과 같이 거부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제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응답자는 45%였다.
즉 국민들도 어떤 것이 더 합당한 방법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허락을 받아야 할 사항이다. 개인 정보제출을 거부하는 사람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를 제출하라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게다가 근로자 본인이 의료비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현행 규정조차 근로자 75%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하게 진단해야 할 문제다. 그만큼 정부가 졸속으로 이 제도를 진행하다 보니 근로자들에게 홍보가 덜 된 탓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준비부족과 졸속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아직도 우리나라 행정이 전시위주, 성과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근로자들의 인식은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 수준에 관한 것으로 개인의 정보보호수준이 잘 되고 있다가 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겨우 6%만이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신뢰한다는 것은 거의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이러한 인식은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개인 정보가 언제든지 새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개인의 정보, 특히 개인의 진료상황에 대한 정보가 소홀히 다뤄지는 이상 이 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시작부터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로자들의 정서와 인식을 고려할 때 이 제도는 의료인들이 우려하는 것과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것이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 의료정보 누출에 대한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정부가 이 제도 운용을 근로자들의 편의보다 의료인들의 과표 양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굳이 이 제도 말고 다른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탈이 날 것을 알면서도 굳이 쉰 음식을 먹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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