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현지취재/일웅 구순구개열의료봉사단]베트남 진료봉사(3)하노이 국립구강악안면외과병원 봉사일지

  • 등록 2007.0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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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이라도 한번 물려봤으면…”


빈증종합병원에서의 모든 진료일정을 마치고 비행기로 2시간을 날아 도착한 곳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하노이 국립구강악안면외과병원.
이곳에서의 진료봉사는 빈증종합병원서부터 민병일 교수와 동행했던 김명진 서울치대 교수가 학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이하 학회) 차원서 12월 1일부터 9일까지 진행 한 것으로 학회는 올해로 3년째 이곳에서 진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효근 전임학회장을 봉사단장으로 한 15명의 학회 회원들이 짐을 푼 가운데 환자 예진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술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이곳 하노이에서도 빈증성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문과 방송 등 현지 베트남 언론들이 한국의료봉사단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본격적인 수술이 이뤄지는 첫날 지엔 보건부 장관 등이 한국 의료진 격려차 병원을 방문했다.


하노이 국립구강악안면외과병원은 우리로 치면 서울대치과병원과 같은 곳으로 현지에서는 꽤 이름 있는 병원이다. 특히 국가중앙병원이라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유독 희귀한 환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노이 봉사기간 만난 수많은 환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순구개열 환아는 한 몸에 남성과 여성, 양성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세살 꼬마 ‘타잉’이었다.
낯선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도 전혀 낯을 가리는 기색 없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방긋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애교까지 부리던 타잉.
첫 눈에 보기에도 세살이라고 하기에는 유난히 체구가 작았던 타잉은 “나이에 비해 평균 체중이 미달이고 건강상태도 양호하지 않으니 가능한 빨리 수술을 마쳐 달라”는 현지 마취과 의사의 당부가 있은 직후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김명진 교수의 집도로 네 시간 가까이 걸쳐 진행된 수술이 막바지에 달할 때쯤 마취과 의사의 재촉이 이어졌고 회복실로 옮겨진 타잉은 쉽게 마취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모두들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그때 타잉의 전신 상태를 체크하던 베트남 마취과 의사가 “헬프맨, 헬프워먼”을 반복하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타잉은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난 양성이었던 것이다.


굳이 이러한 사실을 드러내 알리고 싶지 않았던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타잉을 조바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타잉의 엄마는 그제서야 의료진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을 인정했다.
타잉의 엄마는 “이러한 사실이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난 것보다 더 큰 상처가 될까봐 지금껏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행이 타잉은 곧 마취에서 깨어났고 한국의료진이 선물한 새 얼굴로 엄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양볼 위쪽까지 입술이 길게 찢어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주위는 이제 막 10개월 된 아기로 이번 봉사기간 만난 환자 중 상태가 가장 심각했던 환아였다.
운전기사와 재봉사로 일하는 젊은 부모사이에서 태어나 이제 한창 귀여움을 받을 나이.
얼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주위의 엉덩이에는 또 하나의 성기가 꼬리처럼 매달려있어 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들 이목은 둘째 치더라도 틀어진 입 때문에 지금껏 젖병한번 제대로 물려보지 못했다”는 주위의 엄마는 “이번 수술로 아이가 음식만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했다.
주위 엄마는 특히 “임신초기 이가 아파서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임신 사실을 알리고 진통제만 복용 했을 뿐인데 혹시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닐까하는 죄책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의료진은 그보다는 20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고엽제 피해를 입은 주위의 성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더 컸을 것 같다는 데 무게를 뒀다.
베트남 땅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상처들이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의 고통으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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