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제주. 그 섬 안에는 또 하나의 외로운 섬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길고 높게 드리워진 장벽을 사이에 두고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격리된 그곳. 그리고 그 섬 사이를 17년째 오가며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섬지기’가 있다. 그가 바로 김양근 원장 (김양근 치과의원·경희치대 90년 졸)이다.
제주토박이인 그는 지난 90년 공보의 1년차 때 제주교도소에 배치됐던 것이 인연이 돼 현재까지도 매주 수요일마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보의 2년차 때 다른 곳으로 보직 발령을 받았지만 김 원장 후임으로 치과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자 이후에도 계속 교도소 진료를 자처했다.
김 원장은 “불법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치과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심한 치통이 있어도 진통제만 먹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재소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안쓰러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으로 자리 잡아 매주 수요일 교도소 진료를 다녀오지 않으면 일주일을 다 채운 것 같지 않을 정도로 공허한 상태가 되곤 한다.
특히 자신이 가지 않으면 거의 1주일 넘게 진통제로만 치통을 버티어내야 할 재소자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만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수요일 진료만큼은 절대 빠질 수가 없다.
제주시 오라에 위치한 제주교도소는 구속피의자 및 피고인, 형이 확정된 수용자들을 수용 관리하는 곳으로 총 수용인원이 600여명에 달하는 도내 유일의 시설이다.
또한 구치소가 따로 없는 제주도의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들도 형사사법절차(검찰 조사 및 재판)가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 함께 수용돼 있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료를 나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부지기수.
김 원장은 “한 다리만 거치면 어느 집 자식인지 그 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까지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는 좁은 지역사회다 보니 진료를 하면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어색한 것이 없다”며 “동네 어른서부터 심지어 학창시절 스승, 친구들을 만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좋은 취지로 봉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진료를 받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어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실 김 원장이 제주교도소에서 진료 봉사를 하는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진료 봉사를 한지 10년째 되던 지난 2000년부터다.
모 일간지에 우연히 소개가 됐고 이후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들에게 알리려고 시작한 일도 아닌데... 굳이 외부에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는 김 원장은 이후 다른 매체의 인터뷰를 일체 마다해 왔다.
그러다 자신이 봉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사회봉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어느 순간 주변사람들이 전염이라도 된 듯 좋은 일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집사람도 10년 전부터 목욕 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고 가까운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일은 이렇게도 전염이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 원장은 “사실 제가 하고 있는 봉사라고 해봐야 치과에 있는 재료를 들고 가서 재소자들이 교도소에 있는 동안 적어도 치아가 아파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만은 없이 건강하게 수감 생활을 마칠 수 있게 하는 정도”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나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좋은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는 그 사실 만큼은 남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라며 뿌듯해 했다.
이번 인터뷰 역시 “더 많은 치과의사들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응했다”는 김 원장은 이번 수요일에도 또 다음 수요일에도 지속적으로 교도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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