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교수의 목요칼럼]상사폭력 (上司暴力)

2007.03.22 00:00:00

 

‘쯔나미’나 ‘이지매’와 같은 말은 일본에서 독특하게 많이 일어나거나 벌어지는 일이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단어가 됐는데 이 수준으로 독특한 문화인데도 적절한 일본어 표현이 없어 영어로 만든 말로 ‘파워하라(power harassment)’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 파워하라 때문에 상사의 욕설과 폭력으로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 문화 아래서 36년이나 살았으니 많은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파워하라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말로 굳이 번역해 보면 상사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힘만 있으면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고, 아래 사람이 무릎 꿇고 빌 때 까지 폭력을 가하는 것을 주저 않으며, 힘 있는 사람에게는 약하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강한 사람들이 즐겨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독재정권에서 보는 파워하라를 거쳐 민주화 된 이후에 당선 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없어지지 않아 장관이나, 담당국장, 과장 수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자신들이 직접 챙기겠다고 해 나서다가 실패한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특히 이번에 거론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관련 단체와 보건복지부가 논의 하던 중에 불쑥 입법예고를 했기 때문에 파워하라의 대표적인 유형이라 하겠다.


일제 시대에 조수, 부수, 교수로 이어지는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이어 받은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파워하라가 심한 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생들은 인턴, 레지던트 눈치보고, 전공의들은 1년 선배가 제일 무서운 사람이고, 교수님들의 말씀은 하느님 말씀처럼 들리던 분위기 속에서 교육을 받아 왔다.


병원 조직은 원장을 정점으로 원장이 임명하는 과장 중심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동안 해왔던 관습법대로 협의를 잘 해 과를 운영하기 때문에 과장이 바뀌더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독특한 사람이 과장이 되면 “내가 힘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 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앞세워 과를 운영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과가 제대로 운영 될 턱이 없어 사람 바뀔 때 까지는 혼돈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원장의 경우도 직접 챙기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보좌를 하는 보직자, 과장 혹은 각종 회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을 따르지 않고 본인 주장대로 할 뿐 아니라, 본인 보다 낳은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적절한 시기에 후배에게 물려주던 관습법을 무시하기도 한다. 학장의 경우는 대부분 교수님들의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파워하라를 거의 할 수 없지만 친소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조금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비록 학교와 같은 작은 사회에서도 파워하라에 시달리다 보면 내 자신이 남들에게 파워하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소외된 학생들 학점을 취득하도록 신경을 써 주어야 함에도 소홀히 하고, 전공의들을 붙잡아 놓고 지도를 해야 함에도 먼발치에서 지도를 하는 척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파워하라인 것에 자책감을 느낀다.


의료법 개정안과 같은 파워하라의 원조격인 법령에는 강력히 저항을 해야 함에도 남들이 해주겠지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해 본다. 이 모든 것이 파워하라가 강한 조직에서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치과의사 조직 내에서 선배는 후배를 사랑하고, 앞길을 생각해 주며 후배는 선배를 공경하고, 기력이 약해졌을 때 부축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충만할 때만이 의료법 개정과 같은 힘 있는 다른 조직으로 부터의 폭력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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