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구제법에 대한 우려

2007.09.06 00:00:00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지난달 28~29일 심의를 거쳐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20여년간 이 법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의료사고에 대한 과실, 무과실 입증을 의료인이 하느냐 아니면 종전처럼 환자가 해야 하느냐 하는 점과 필연적 조정전치주의를 하느냐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택하느냐 하는 점이었다.


이번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안에서는 의료인이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났으며 조정전치주의도 임의적인 것으로 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 등에서는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반면 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은 의료인의 무과실입증을 강제화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내용대로 의료인이 의료사고 발생시 무과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할 경우 상당수 의료인들은 당장 의료인으로서의 소신진료보다 방어적, 소극적 진료에 전념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의료인들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한 진료보다 사전에 각종 검사 등을 통해 그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를 찾으려 들 것이다. 이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는 환자에게 상당한 불편과 과중한 진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도 이런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의료사고 시 반드시 조정과정을 거친다면 보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지만 조정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게 한다면 환자들의 법적 공격(?)에 의료인들의 피로도가 매우 심각해 질 것이 확실하다. 그 결과 역시 의료인들이 최대한 방어 진료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사실 이 법안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 많은 내용들이 다듬어지지 않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나 법제사법위원회, 정기국회 등 남아 있는 절차에서 무난히 통과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법안 가운데 의료법 개정안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 법안만큼은 시민단체의 가장 거센 저항을 받는 법안인 만큼 어떻게든 통과시키려 들지 모른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 대중매체에서도 이런 점들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측면도 있다. 마치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한 법안이 다 된 것인 양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매체들이 사안을 한 방향에서만 보도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심히 염려된다.
이에 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지금 즉시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법안의 문제점들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의료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긴밀한 협조가 절실하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