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지적, 차기 정권의 몫

2007.11.22 00:00:00

 

 

우리나라 의료정책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의료 최일선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대 교수들이 매긴 점수는 44.81점. 일단 낙제 점수이다. 이는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에서 현재의 국내 의료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기 정부에 의료정책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기 위해 459명을 대상으로 내린 결과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완전 낙제 점수가 있다. 건강보험수가 정책이다. 26.4점. 그 뒤를 건강보험급여심사정책이 32.9점으로 바짝 따라붙고 있다. 물론 이를 의대교수들이 자신들의 영역인 의료분야에 대한 집단이기주의적 판단에서 내린 점수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서울의대 교수들이 학자적 양심을 걸고 내린 결과라는데 추호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수가정책을 비롯 대부분의 의료정책들이 어디 한 두 군데 뜯어 고쳐 될 일인가. 이미 그런 수준으로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지는 오래됐다. 건강보험을 시작할 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는 계속 미봉책으로만 연명해 오다보니 현재 의료수가는 계속 현실에 부합되지 않은 수가로만 책정되고 있으며 급여의 지나친 규제와 의료전달체계의 미비 등으로 의료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지적되고 있는 것이 건강보험 행정비용의 과다지출이다. 현재 건보재정이 악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강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행정비용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은 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양봉민 교수가 지난 13일 건강보장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전체 건보 재정 중 행정비용이 4.4%라며 여기서 2%만 줄여도 연간 수천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조직 개편 등 여러 방안으로 줄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의 구조가 방만하고 이에 따른 행정비용도 과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기야 대만의 경우 행정비용이 2005년도에 전체 건보재정의 1.56%이라는 지적은 우리에게 우선적 해결점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만일 양 교수 지적대로 그 정도의 비용을 매년 줄여서 이를 가입자와 공급자의 몫으로 돌린다면 건보 재정의 악화는 어느정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정부나 해당 기관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건보재정의 악화를 부도덕한 의료인의 과잉진료나 환자의 과도한 의료쇼핑과 같은 극히 일부 일탈된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본질을 계속 흐리게 만드는 일로서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결코 나올 수 없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평가나 양 교수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적어도 현 장권에서는 그러한 기대를 가질 수 없는 일이니 차기 정권 주자들은 바로 이 점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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