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신]

2008.12.08 00:00:00

김 신<본지 집필위원>


십수년 전에 일본에 갔다가 그곳 소아치과 사람들이 경사났다고들 좋아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지난 주 부터 치면열구전색이 보험항목에 새로 포함됐다고 말이다. 그때 나는 이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 의아했으나, 우리처럼 저수가 정책을 근거로 한 급여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곧 의문이 풀렸다.


우리나라도 내년 12월부터 치면열구전색이 보험급여에 포함된다. 국민들에게 의료보험의 시혜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의료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도 일단은 반길 일이다. 급여화와 함께 수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치면열구전색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이 시술을 행하고 있는 분야의 한 사람으로서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전색의 급여화와 관련해 내 분야의 입장을 떠나 치과계과 국민, 그리고 보험의 운영자인 국가와 관련해 우려되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줄거리로 떠오른다.


첫째, 치면열구전색술은 물성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적용기법에 매우 민감한(technique-sensitive) 시술이다. 열구 내로의 침투를 쉽게 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필러 함량이 낮은 복합레진은, 중합수축과 이에 따른 미세누출이 심하게 일어나고 철저한 방습 없이는 치질과의 물리적 접착이 이뤄지기 힘들다. 올바른 방법이 아닌 전색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치료없이 그대로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적정 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화가 진행된다면, 그래서 교과서적인 정확한 시술과정이 무시된다면, 치료의 실패는 명확할진대 그 실패는 보험재정의 낭비일 뿐 아니라, 이에 따른 갈등은 고스란히 치과계가 짊어져야 할 것이 우려된다. 적정 수가가 책정됨을 전제로 한다면, 시술과정에서 러버댐 방습과 치면 및 열구의 세척을 필수과정으로 규정해야 최소한의 질적인 확보가 가능해 질 것이다. 즉, 적정 수가의 책정이 시술의 질적 확보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둘째, 개인 구강위생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조치가 전제돼야 열구전색이 그 진가를 발휘할 텐데, 만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열구전색만 시술된다면 우식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 함은 당연하다. 강가 모래 위에 집짓는 격이다. 적응증이 되는 개체와 치아를 올바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잇솔질 및 식이 교육, 치면세마, 불소의 적용 등 전반적인 예방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이런 것들을 패키지화하는 것이 전색의 효과를 최대화하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셋째, 치면열구전색은 수복이 아니다. 물론 적용과정에서는 수복개념을 가지고 시술해야 그 내구성이 길어지지만, 그 정체를 굳이 분류하자면 이것은 결코 수복물이 아니다. 따라서 시간이 경과되면서 일부 또는 전부가 필연적으로 탈락돼 올 텐데, 이러한 개념을 사전에 심어주지 않으면 갈등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시술 후 몇 년을 유효기간으로 책정할 것인가에 관해 사전 유권해석이 있어야 할 것이며, 탈락되더라도 이것은 술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규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탈락 후의 재적용 수가도 함께 책정돼야 할 것이다.


넷째, 적용대상 치아의 선택을 전적으로 시술자의 판단에 맡길 경우 치과의사와 환자, 나아가서는 보험공단과의 소모적인 시비가 잇따를 수 있다. 유구치와 영구치의 어느 치아까지를 포함할 것인가, 외국처럼 성인도 치면열구전색의 대상으로 할 것인가 등등 세부적인 지침이 수반돼야 하겠다.
열구전색의 급여화에는 이외에도 많은 선결과제가 있을 것이다. 시행 전 단계에서 치과계 전문가와 당국자가 머리를 맞대고 치밀한 학술적 검토와 제도적 준비를 통해 해결해 줄 것을 전제로 한다면, 국가가 모처럼 국민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큰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단한 만큼 우리 치과계도 이에 흔쾌히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옳은 길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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