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4] 4월의 하루 /김효진

  • 등록 2009.05.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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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 4월의 하루 /김효진

신구대학 치위생과 3학년

 

 

해가 채 다 뜨기도 전에 일어나 습관대로 몸을 움직이다 보면 난 버스정류장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수많은 버스들 중에서 매일 같이 720이라는 숫자만을 지루하게 기다린다.

‘오늘은 운이 없군!’ 1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을 때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다.
그래도 초조하진 않다. 항상 여유롭게 나오니까…. 버스에 올라 타 카드를 찍은 후 내 시선은 맨 끝에서 둘 째 줄에 위치한 창가자리를 찾는다. 병적인 집착처럼 꼭 그 창가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편했다. 나에게 그 자리는 명당이였다. 햇살 좋고 바람이 선선히 부는 날에 그 명당자리에 앉아 창문을 열고 버스가 이끄는대로 몸을 맡기면 여행을 가는 듯한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지금 내가 귀에 이어폰을 꽂기도 전에 무반주로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이유는 오늘 그 명당자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느낌이 좋다.

 창밖너머로 벚꽃 구경을 하며 학교에 등교를 했던 몇 일 동안은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 졸지 않고 뜬 눈으로 학교를 가곤 했었는데 비가 온 다음 날부터는 난 또 꾸벅꾸벅 열심히 졸기 바빴다. 벚꽃은 참 그렇다. 마음을 다 들뜨게 해 놓고선 비와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열심히 졸다보니 어느새 1시간 10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내 두 눈은 신구대학 후문에 도착하기 3~4 정거장 전에 번쩍 뜨여진다. 역시 습관이란 무서운 것 같다. mp3의 건전지도 3칸 중 2칸만이 남아있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들으면 오늘 아침의 음악 감상 시간은 끝이 난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버스 안에서의 조용하고 말 없던 나는 변한다. 친구들과 섞여 수다를 떨다보면 작은 일에도 자지러지듯 웃고 수다스러운 평범한 여대생이 된다. 처음 신구대학 치위생과에 들어오면서 내가 가장 먼저 이루고자 했던 일은 교내 봉사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홍보책자에서 보았던 의료봉사라는 한 단어가 나를 강하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 강한 이끌림으로 인해 난 봉사동아리에 들었고 3년간 치연이라는 동아리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그 날 하루가 내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주인공이 된 듯 한 느낌이랄까? 오늘 첫 수업시간엔 난 조연이 될 것 같다. 치과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상황극을 연출하여 연극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 과제 발표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가 준비한 상황은 몸이 불편한 어린이 환자가 부모님과 함께 치과에 방문하는 상황이었다. 이 연극에서 난 의사 역할을 맡았다. 환자의 부모님, 환자, 의사, 치과위생사, 코디네이터, 나레이션 등 평소 친하게 지내던 7명의 친구들과 역할을 분담하여 연극을 준비했다. 짧은 연극이었기에 오늘의 작은 무대는 금방 끝이 났다. 우리조가 끝난 후 나는 다시 방청객이 되어 다른 조의 무대를 본다. 방청객이 되고 보니 끝난 연극에 대한 아쉬운점과 “ 아, 준비했던 과제가 또 끝이났구나”하는 시원섭섭한 생각이 든다.

 23년 동안 살아오면서 한가지 가장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시간은 간다’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를 받고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과제는 풀려있었다. 물론 그 과제의 결과는 얼마나 힘차게 달렸는지에 따라 항상 틀렸지만 말이다. 역시나 오늘도 과제는 풀렸고, 내일은 편하게 쉴 수 있는 토요일이다. 또 한 주의 시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 이번 주에 내가 해결해야 했던 과제들과 학교생활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번 주 달리기 점수는 82점정도? 성적으로 치면 B이다. 다음주는 A+가 되어볼까? 오늘도 난 집으로 가기위해 이어폰을 꽂고 720번 버스에 몸을 싣는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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