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칼럼]西施捧心(서시봉심)

2009.06.18 00:00:00

황규선
<치과의사·철학박사>

 

西施捧心(서시봉심)

 

서시라는 미인은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후궁이었는데 가슴앓이 병이 있어서 늘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운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더욱 어여뻐 보이고 가련해 보였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장안의 여인들이 짐짓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서시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으로 자기도 미인인양 과시했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각종 정보매체의 도움으로 지구촌이 하나같이 감각적인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
수백 개의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영상물이나 휴대용 전자기기를 통한 각종 정보는 어느 곳 어느 때를 할 것 없이 지구촌을 술렁이게 한다.


여인들이 몸에 걸치는 입성을 보면 세월 가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이즘에는 파리의 번화가나 동경이나 서울의 거리가 별로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서시의 몸짓으로 일반화 되어 가고 있다.
한때 얼짱이란 말이 떠돌면서 얼굴 뜯어 고치는 것이 유행됨으로써 짝퉁 얼굴이 시내에 득실 대더니 이제는 몸짱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도하의 헬스클럽, 체조교실이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얼짱이나 몸짱에 식상한 나머지 맘짱(마음씨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행될 조짐이 보이기에 그래도 인류문화는 멸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 본다.


예쁜 얼굴에 좋은 맵시를 갖고저 함은 비단 젊은 여성들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현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본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을 때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장미꽃은 장미다워야 선명한 색채와 은은한 향기가 장미임을 자만할 수 있다.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장미가 장미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 방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침습을 막기 위해서 줄기에는 가시가 돋쳐있고 잎사귀에도 날카로운 침이 둘러 있어서 함부로 접근치 못하게 하고 다만 색채와 향기로서 자중자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였한 색채와 향취는 벌 나비를 불러드려 자싱의 본성에는 조금도 해로움을 받지 않으면서 꽃가루를 이리저리 전파하여 종족의 번식을 꾀하고 또한 꿀을 만들게 하여 의였하게 보시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아름다운 미인이라면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용모를 잘 간직하고 사사로운 유혹이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하겠다.
요즈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서시를 흉내내는 행위가 횡행함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본질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서 처신해야지 공연히 서시의 흉내를 낼 뿐만 아니라 그 흉내에 편승해서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이버지식계급 특히 정치인들의 찌든 모습에서 어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으랴.


광우병이 무엇이었기에 수백만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메웠든가.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백일하에 촛불을 켜든 서시흉내내기 노름에 속아서도 안 되고 백만 송이 국화꽃의 허상에 빠져서도 안 된다.
 아름다운 장미 줄기에 가시가 돋치듯이 우리의 냉정한 본성을 찾는 슬기, 맘짱 만드는 일에 뜻을 기우려 보자.
지금 우리가, 바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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