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건 월요시론]개원 초기비용을 줄이자

2009.06.22 00:00:00

이 무 건 <본지 집필위원>

개원 초기비용을 줄이자

 

조선일보가 2009년 5월 6일부터 “모두가 피곤한 고비용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지상에 연재하고 있다. 6월 8일까지 이미 10회가 실렸다. 여기에서 서울의 특1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 단 하루의 결혼비용만으로 최하 7천만원, 평균 1억, 최고 1억5천만원까지 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홍콩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관공서 예식장을 이용해 결혼식을 올리며, 결혼 총비용을 다 합쳐도 우리나라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결혼문화도 이제부터는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실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결혼과 개원을 똑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 치과의사의 경우 개원이 인생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에서 결혼과 유사한 점이 많다. 치과의원의 개원 초기비용에 대해, 우리 대한치과의사협회 쪽은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확실히 알 수가 없지만,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대한의사협회 쪽 데이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추정이 가능하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개원을 위해 소요되는 투자금액은 평균 5억3천8백93만원이며, 절반에 가까운 46%의 응답자가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평균 부채 금액은 3억9천1백59만원, 월 평균 2백51만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문을 연 개원의들의 병원운영은 어떨까? 대한의사협회 쪽의 데이터를 한 번 더 살펴보자. 외래환자 수는 매년 줄어 2007년에 63.3명을 기록하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58.8명으로 줄어 경영난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개원초기의 대다수 원장들은 의료장비부금의 결제 및 대출금을 포함한 이자까지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가 않은데 장사(?)는 잘 되지 않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휴일 진료, 진료시간 연장 등의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병원경영이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내가 듣기에 최근 개원하는 치과의사들도 실내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당 200만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CT나 레이저 같은 당장 크게 필요치도 않는 장비들까지 갖추고 병원 문을 여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한다. 그럼 과연 이런 과잉투자를 한다고 해서 환자들이 알아줄까? 자칫 본전도 못 뽑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애써 장만한 시설과 기계만 구식이 되어 버릴 공산이 크다. 사실 환자는 이런 시설 투자를 보고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능력과 성실성을 보고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원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데는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최신시설을 갖춘 연합의원의 난립, 의료기 회사와 은행들의 과도한 신용대출, 일부 인테리어 업자들의 부추김 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도 이제부터는 이 문제에 대해서 발 벗고 나설 때이다. 개원 초기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 개원할 것을 유도하고, 차후 경영이 잘 되면 그때 가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도 늦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원 초기비용이 높으면 높을수록 무리한 비보험 진료를 유도하여 환자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급기야 대다수 선량한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으며, 아울러 조급한 마음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과대광고를 남발하게 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치과의사들은 “영광과 화려함의 추억은 잠깐이고, 그 고통은 깊고도 오래간다”는 조선일보의 호화판 결혼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결론을 새겨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진료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구비해 개원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출발한 마라토너가 가벼운 차림으로 시작한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는 없는 일이며, 어쩌면 완주조차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 매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개원 초기비용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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