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칼럼] 90에 쓴 이야기 (이영옥 선생 자서전) 을 읽고

2009.07.09 00:00:00

90에 쓴 이야기 (이영옥 선생 자서전) 을 읽고

 

황규선
<치과의사·철학박사>

 

이영옥 선생님의 個人史(事)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일제(日帝) 후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당시로서는 무척 어려웠을 금강산 수학여행이나 일본 수학여행을 할 수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나 6.25가 할키고 간 그 지난한 시점에 미국유학을 하셨다니 배움에 길에는 천운(天運)을 타고난 분임에 참으로 경탄하는 바이다.


이영옥 선생님을 생각하게 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항상 깔끔한 모습에 인자하면서도 살며시 미소 짓는 예리한 그 빛이다.
그리고 볼에 검은 사마귀 두개가 선생님의 identity를 대변한다. 가끔은 그 검은 사마귀가 오른 볼에 있었는지 왼쪽 볼에 있었는지 헷갈리기도 했는데 책에서 보니 오른 쪽에 있는 것이 확인되어 다시 한번 이영옥 선생님의 존형을 또렷이 다시 찾는 기회가 되었다.


편년체 기법으로 적으신 그 내용을 보면 이영옥 선생님의 家族史이면서도 우리치과계의 20세기 中·後期의 野史的인 숨은 이야기가 아주 자세하고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일거에 독파하고 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九十春光을 맞이하신 선생님의 곱고 건강하신 모습은 인생의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인생관과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시는 훌륭한 품성 때문일 것이다.


9남매의 넷째이시고 본인 또한 5남매를 두셨으니 손자·손녀 등  당내의 친족 만해도 100여명은 족히 될 多産家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훤히 짐작 된다.
가족이나 도반(같이 공부하는 학문의 친구)간의 우의나 신의가 아주 출중한 분이었음을 감지할 수 있고 더욱이나 놀라운 것은 모든 연관된 분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분들의 인품이 뚜렷하게 표출되게끔 사실화 하였다는 점이다.


平生知友인 칠석회의 진한 우정은 참으로 노년기의 큰 大福이라 여겨진다.
知友 세사람만 있어도 人生을 잘 지낼 수 있다는 데 칠석회는 노인장을 과시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기타의 학술모임이라든가 각종 회합에 이영옥 선생님이 중심인물이 됨은 당연한 처사이고 그 모임은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돈독한 우애가 넘쳐흐름도 당연할 것이다. 더욱이나 80세를 넘으신 분이 이글 샷을 하루에 두 번을 하셨다니 감격할 뿐이고 Age shooting을 초월하신 싱글 샷을 하셨다니 일생일대에 영광이 아닐 수 없으셨겠다.


자서전 137페이지에 보면 정치인에 대한 촌철살인의 짧은 한 말씀이 아주 인상적이다. “정치인들의 교육에 대한 이해력 부족과 무지, 어린애에게 칼자루를 쥐어 준 것 같은 그들의 언행, -중략-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정치사회 수준은 선진국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30대 후반의 나이로 미국에 유학하시어 선진학문을 직접 체득하시고 우리의 치의학을 당당히 세계수준으로 이끄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분으로서 당연한 말씀이시고 또한 얼마나 정치권이 원망스러웠으랴.


더욱이나 이영옥 선생님이 돋보이는 것은 자리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50대의 나이로 더 유능한 후진을 위해 교수직·학장직을 미련없이 버렸다는 것이다. 요즈음 같이 자리다툼을 하는 세태에 귀감이 될만한 일이 아닌가.
글 전체에 흐르는 문맥을 보면 참으로 人間관계가 훌륭했을 뿐 아니라 좋은 제자를 많이 두고 있음을 알게 한다.


항상 어느 모임에서나 주인공 역할을 하시면서 분위기 만들고  좋은 결실을 맺게끔 선도하여 뜻대로도 되었다는 것이다.
깊은 기독신앙심을 가진 분이지만 法句經중에는 그분의 一生을 단아하게 표현한 듯한 귀가 있어 그 글을 맺음으로 써 본다.


<如蜂集化(여봉집화) 꿀벌이 예쁜 꽃에 모여드는 것은 不貪色香(불탐새향) 고은색이나 향기 때문이 아니고 但取味去(단취미거) 다만 화분(꿀)만을 취하여 仁入聚然(인입취연) 이 꽃 저 꽃 다니면서 보시함일세.>
좋은 일 많이 하신 이영옥 선생님의 만수무강을 충심으로 기원 드리며 강호제현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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