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이 무 건] 국내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의 치과진료

2009.09.07 00:00:00

이 무 건 <본지 집필위원>

국내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의 치과진료


정부가 발표한 ‘2009년 외국인주민현황"에 따르면 5월1일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10만6천명으로 전 인구의 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이들 이외에도 위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약 2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미 한국은 170여 개국에서 건너온 130만 외국인들과 공존해 살아가는 다민족, 다문화사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 외국인들의 다수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이 없으면 국내산업 자체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이들에 대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정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이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이들의 의료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사고빈도가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유해한 환경에서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작업함으로써 소음성난청, 유기화학용제에 의한 중독, 폐질환 등의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의료복지는 불법체류자라서, 혹은 의료보험이 없어서라는 등의 이유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 중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40%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치과분야는 어떨까? 내가 듣기에 의과분야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치통이 생겨도 돈이 무서워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가 대다수라는 이야기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맞아 우리 치과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정부만 쳐다보며 그냥 방치만 해둘 수만은 없지 않는가? 이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보듬는 것도 우리 치과의사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몫이다.
지난 7월부터 치의신보에서는 “더불어 사는 이웃, 함께하는 지구촌”이라는 제하의 7회 연재물을 싣고 있다. 세계 13대 경제대국이자 외국인 100만을 넘어선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내용의 기획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 치과계에서도 열린치과의사회, 부산기독치과의사회, 대전외국인사랑진료소 등의 봉사단체 및 몇몇 개별회원들에 의해 이들에 대한 꾸준한 봉사가 이루어져 왔다. 근래 들어서는 서울지부, 대구지부, 광주지부 등 지부차원에서도 이일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구체적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치협 산하의 전 지부차원에서는 물론 개원가에서도 이일에 동참해야 한다. 이들의 진료비를 대폭적으로 할인해 주어 큰 부담 없이 치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나는 개원하고 있는 지역이 미군부대 인근이어서 개원 초부터 외국인들을 꽤 많이 진료했었다. 개원 초기에는 대다수가 미국인이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동남아나 인도 등지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진료를 마친 후, 형편이 넉넉한 미국인들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때면 마음이 편하지만, 남루한 차림의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때면 늘 기분이 찜찜하다. 나름대로 이들의 부담을 고려해 1회당 5천원에서 1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정해 받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작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대구의 모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자기가 지도하는 외국유학생이 치통이 생겨 고생하니 선처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환자를 불러 살펴보았더니 치수염이었다. 여러 번에 걸쳐 신경치료를 마치고 아말감까지 해 준 후 귀국해서 금관을 씌우라고 일러주었다. 나중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차 한통을 선물로 전해 받았다. 이 친구는 틀림없이 나중에 친한파(親韓波) 인사가 되리라 믿는다. 


부푼 꿈을 안고 이역만리 먼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와 일하고 공부하는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자 또 다른 애국의 한 방편이라 생각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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