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를 춤추게 한다

2012.07.19 00:00:00

영화는 나를 춤추게 한다


‘영화제작자’
고 규 섭 고유치과의원 원장


대종상 우수작·주연상 등인생 전성기 영화사업 ‘올인’
2009년 치과로 ‘컴백’… 환자들 돌보는 삶에 감사
스크린 열정은 진행형…전문 노인영화 만들고 싶어


“영화는 내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나를 끊임없이 춤추게 했다.”  


주윤발과 장국영의 쌍권총이 불을 뿜던 추억의 명장면이 가슴 속에 남아있다면, 전화박스를 타고 시간여행을 하던 키아누 리브스의 앳된 시절이 떠오른다면 이 치과의사의 안목에 자연스레 엄지를 치켜세울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전성기를 영화사업에 바치고 지난 2009년 다시 치과의사로 돌아온 고규섭 원장(고유치과의원·치의학박사)은 ‘영웅본색’, ‘엑설런트 어드벤처’, ‘예스마담’ 등 추억의 영화들을 수입한 장본인이며, ‘내 사랑 동키호테’,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맨발에서 벤츠까지’ 등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명작 한국영화들을 만든 영화제작자다. 특히,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는 1991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우수작품상과 시나리오상, 남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고 원장은 최근에도 황혼기 노부부의 쓸쓸한 마지막을 그린 ‘해로’를 제작 발표해 노인전문영화제작자로 변신한 모습을 선보였다.(관련기사 본지 2016호 3월15일자 27면)


고 원장은 “아버님이 영화관을 운영하셨던 탓에 어려서부터 영화관련 사업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며 “당시만 해도 일반 극장들이 영화제작에 많이 투자를 하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수원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억할 ‘수원 중앙극장’ 집 아들로 서울치대졸업 후 개원활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극장운영과 영화제작·수입·투자사업 등을 병행했다. 그러다 지난 1993년 병원을 폐업하고 본격적으로 영화사업에만 몰두했다. 


고 원장은 “예술가적인 기질보다는 영화사업이 익숙하고 그저 좋아 매달렸다. 무엇보다 영화는 나를 자유롭게 해 좋았다”며 “모든 인생이 그렇듯 영화로 성공도 해봤고 좌절도 맛봤다”고 했다.


고 원장은 ‘엽기적인 그녀’, ‘폰’ 등 히트한 한국영화에 투자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강우석 감독과 손잡고 진행했던 극장사업이 200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대형멀티플렉스들에 밀려 쓴맛을 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6년 제작한 이준기 주연의 ‘플라이 대디’는 주연배우 파워에 힘입어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저조한 스코어로 막을 내렸다.


고 원장은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더라. 최근 치과계로 돌아온 후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네트워크 치과들을 보며 영화계에서의 일이 자연스레 떠올랐다”며 “이는 결국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경영자의 문제다. 치과계 동료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이윤만을 생각하는 거대자본을 막아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같은 동료들끼리는 서로의 사정을 더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 원장이 개원의로 활동하며, 또 병원을 접고 영화인으로만 살아보기도 하며 느낀 것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외경심이 자신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풍요롭게 했다는 것. 고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더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환자들을 돌보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다시 환자를 보면서도 영화인으로서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나이에 걸맞게 노인들에 관한 문제나 효의 가치 등을 다룬 노인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해 보고 싶다”며 “영화제작자나 치과의사란 직업을 떠나 인간 고규섭 개인의 꿈이 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알랭드롱 같이 끝까지 매력적인 남성으로 남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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