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환자에 당했어요

2015.08.05 15:57:06

떨어진 레진 붙이고 치과 돌며 ‘분쟁 유도’

떨어진 레진을 어설프게 붙이고 치과를 돌면서 분쟁을 유도하는 식의 ‘블랙컨슈머’ 환자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해 일선 개원가를 긴장케 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분쟁을 피하고자 비교적 쉽게 합의해주는 치과 원장들의 ‘약점’을 악용, 현금으로 배상을 받기를 원하는 유의 환자들로, 몇 가지 패턴이 있다는 게 피해 원장들의 전언이다.


# 떨어진 레진 걸쳐만 둔 환자
최근 A 원장은 보험 스케일링을 받으러 온 신환을 직접 보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신환은 원장이 딱 보기에도 치료해야 할 치아가 한 두 개가 아닌데 괜찮다며 보험 스케일링만 받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복장도 아웃도어 차림이고, 일반적인 신환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A원장은 치과위생사에게 맡기는 대신 본인이 직접 구강을 살펴보다가 15번 서비컬 레진이 금방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A 원장은 “대충 훑어봐도 치료할 곳 투성이였는데, 한사코 불편한 데가 없으니 스케일링만 받겠다고 우겨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시린지로 살펴보다 15번 레진이 금방 뚝 떨어져서 ‘이거 떨어진 것만 걸쳐 두신 거네요?’라고 물으니 당황하면서 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더라”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더구나 그 환자는 떨어진 레진을 챙겨서 황급하게 나가 다른 치과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스케일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역시 스케일링 후 이 시림 증상을 호소하며 진료를 방해, 손해배상을 요구한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는 B 원장은 “겪어본 바와 주위 동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런 환자들은 대개 중년 이상이며, 편한 아웃도어 복장을 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도출됐다”며 “하루 중 한산한 시간을 찾아 진료를 요구하거나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운다는 공통점도 있다. 일반적인 패턴과 조금 다른 환자라면 잘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틀니 케이스도 다양하다는 게 전문가의 얘기다.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C 원장은 “틀니 조정과 관계된 컴플레인도 이런 케이스와 비슷한 류가 많다”며 “틀니가 불편하다며 조금만 조정해달라고 환자가 사정해놓고, 조금 조정해주면 헐겁고 맞지 않는다며 새로 해놓으라고 강하게 항의하는 환자들의 분쟁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 차명계좌 등 탈세행위 노리는 환자
궤는 조금 다르지만 치과를 대상으로 한 ‘세파라치’ 역시 성업 중이다. 세파라치는 병·의원의 탈세, 불법행위를 전문적으로 적발해 내는 사람들을 뜻하는 용어로, 현 정부가 ‘지하 경제 양성화’의 슬로건을 들고 나온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탈세 적발이 매력 있는 이유는 높은 배상금 때문. 탈세제보포상금은 최고 20억에 달하고, 담합행위에 대한 포상금은 최고 30억에 달한다.

최근 이른바 세파라치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는 D 원장은 “최근 부부로 보이는 중년남녀가 치과를 찾았는데, 치료를 받기도 전에 상담을 하면서 계좌번호를 요구하는 등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구회 모임에서 확인해보니 주위에 이런 경험을 한 원장이 여럿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도적인 분쟁 유도형 환자에 대해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 측은 “성급한 합의는 되레 화를 부른다”고 강조한다. 위원회가 제시하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원장 자신의 판단과는 다른 진료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분쟁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합의는 금물 ▲상담과정에서 현금 할인을 언급하는 환자는 조심할 필요 ▲진료에 방해되는 환자의 과도한 행동이 발생되면 경찰서에 형사고발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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