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돌에 피멍드는 치과계

2015.09.10 17:22:52

치과영역 무지함으로 오보 양산하는 언론…기초 사실·확인 누락 ‘대중 오도’ 논란 커

치과계 사정에 어두운 중앙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치과계 전체가 피멍 드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속보경쟁에 매몰돼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탓에 일반 대중에게 오도된 치의학 상식을 전달하는가 하면, 엄연히 치과의 영역임에도 마치 치과의사가 영역을 침범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 민영통신사 발 기사가 치과계를 뒤흔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달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를 하고 잇몸치료를 받던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치료를 마친 남성은 잠깐 의식을 차렸지만 같은 날 저녁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대학병원이 진단한 사인은 미상이지만, 유족 측은 의료사고의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짧은 기사는 해당 치과병원은 물론이고, 치과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제목을 “전신마취 ‘잇몸 치료’ 70대 숨져…유족 ‘의료사고 가능성’”이라고 선정적으로 달아, 마치 잇몸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했다가 의료사고가 난 것처럼 오도했다.

실제 집도했던 담당의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담당의는 “일시, 나이 등 기본적인 팩트도 잘못됐을뿐더러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해당 환자가 입원한 시점은 지난 7월이었으며 나이 역시 더 고령이었고, 뇌경색으로 다른 병원에 내원하던 환자라는 것이다.

고인은 이미 잇몸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스케일링 치료를 먼저 받았지만, 하루 만에 부종이 심하게 생겼고, 이것이 악하농양으로 발전해 구강외과 쪽에서 전신마취 후 절개배농술을 시도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로 이동, 회복하던 중 새벽에 사망했다. 사전에 병원 측에서 배농한 세균을 배양한 결과, 5년 내 병원 내에서 검출된 바 없는 장내세균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세균감염의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해당 병원의 관계자는 “기본적인 팩트도 확인하지 않고, 중요한 사항을 완전히 생략하는 식으로 써놓으면 독자가 병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치과를 파렴치한 불법 온상으로

이런 식의 ‘묻지마’ 보도가 치과계 전체를 할퀸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치과의사가 ‘양악’ 집도?”라는 모 인터넷 언론의 보도다. 작년 12월 대형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 여성을 수술한 의사가 치과의사라는 사실이 밝혀져 세간에 논란이 일었다.

악안면의 전문가는 단연 구강외과 출신의 치과의사라는 게 치과계에는 ‘당연한 상식’이지만, 대형 성형외과의 마케팅 탓에 이 상식이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했던 것. 중앙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이 언론은 한 성형외과 의사의 멘트를 따 “치과의사의 안면윤곽수술은 현행 의료법상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안면윤곽전문의가 담당했어야 했다”고 성형외과 쪽에 힘을 실어줬다. 참고로 ‘안면윤곽전문의’라는 전문의 분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상파 뉴스프로그램에서도 잘못된 정보로 치과를 ‘불법시술의 온상’처럼 묘사한 적도 있었다. 보톡스와 필러와 관련, 리포터는 “치과 치료를 위한 시술 외에는 모두 다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치과계에서 통증치료 뿐 아니라 악안면 부위의 미용을 위한 술식의 학술적·역사적 근거는 뿌리깊다는게 정론이다. 

박영채 치협 홍보이사는 “대개 언론이 치과와 관련된 사고를 다룰 때 매우 생략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그 사건의 원인이 마치 치과치료의 과정에서 벌어진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판결이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대개 치과치료의 과정보다는 마취나 기저질환 등에 의해 사고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료사고 보도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치협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중앙언론, 과학기자단 등과 소통하며 자문이나 사실 확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하며 일방적인 보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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