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전문의시대에 너무 어색한 전문치과의원의 명칭 표시에 대한 소고

2021.12.22 16:58:23

시론

치과전문의 제도가 자리를 잡고, 특히 최근의 경과조치에 따라 배출되는 치과전문의들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거리에 점차 많은 치과의원들이 본인들의 치과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나다 치과교정과치과의원, ABC 구강악안면외과치과의원, *** 통합치의학과치과의원, ### 구강내과치과의원, ^^^ 소아치과치과의원…. 등 예전의 단순한 치과의원 간판에 비해 뭔가 치과에도 다양한 전문과목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에 격세지감과 아울러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 독자들도 이미 느꼈겠지만, 아쉽게도 위 간판을 볼 때마다 뭔가 시원하지 않고, 읽고 보기에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유독 전문치과의원의 간판들만 글자수가 많아 보이고, 어떤 간판은 두 줄로 쓴 경우도 보았고, 입주 건물의 간판 크기 제한이 심한 경우는 작은 공간에 작은 글씨로 너무 다닥다닥 붙여 써 놓아서 무슨 부적이나 도장 파놓은 듯 멀리서는 치과의원명칭 조차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보았다. 그냥 가나다 치과교정과의원, ABC 구강악안면외과의원, *** 통합치의학과의원, ### 구강내과의원, ^^^ 소아치과의원…. 이라고 하면 안되나?

 

현행 의료법 제42조 규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르는 명칭 외의 명칭을 사용할 수가 없고, 치과 전문의 시행에 따라 치과전문의의 표시에 대한 규정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전문과목명 표시가 고유명칭과 종별 명칭 사이에 허용된다. 간단히 말하면 모든 의료기관 명은 고유명사+전문과목명+종별의료기관명의 양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 의하여 치과의사들이 개설한 의료기관에는 치과의원, 혹은 치과병원을 반드시 붙여야 하는 것이며,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경우에도 종별의료기관 명칭을 붙여야 하는 것이기에 앞서 우리가 보았던 위와 같은 어색한 전문치과의료기관 명칭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시발부터 전문과목제도가 먼저 시행된 의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의과의 경우는 전문기관을 표방하더라도 그 의료기관명에 하등의 어색한 점이 없다. 가나다 내과의원, ABC 이비인후과의원 등. 아마 당시(1960년대)에는 치과전문의제도가 없었고, “치과”자체가 하나의 전문과로 인식되어 그냥 “치과의원”이라고만 붙이면 치과 쪽은 모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필자가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거리의 치과의원명칭을 보면, 전문치과의원인 경우, *** Oral and maxillofacial clinic, 또는 △△△ Orthodontic clinic이 전부이지, 이를 우리식대로 Orthodontics(전문과목명) dental clinic(치과의원) 이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어느 한 곳도 보지 못했다. 그냥 치과교정과는 전문과 명칭에 치과의원의 종별 구분의 함의가 있는 것이고, 소아치과 의원이라고 표시하였다고 하여 일반 소아과 환자가 와서 일반 소아과 치료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은 바보가 아닌 이상 명백하다. 법령상 치과에는 11개의 전문과목이 있고, 치과의원명 앞에 그 11개의 전문과목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중 개원가에서 현재 비교적 활발하게 의료기관명으로 표방하는 치과전문과목은 가나다 순으로 구강내과, 구강악안면외과, 소아치과, 치과교정과, 치과보철과, 통합치의학과 등으로 판단되며, 치주과, 치과보존과 역시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상의 명칭에서 보듯 모든 치과전문과목명에 이미 치과의료를 상징하는 “치과” 나 “구강”이 들어가 있고, 치과전문과목명 뒤에 굳이 다시 치과의원이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고 “의원”이라고만 붙여도 누구나 치과 치료를 하는 치과의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행규칙에서 “치과전문과목 표방 시에는 “치과의원” 명칭을 “의원”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만 넣으면 될 것 같다. 이에 대하여 일부 말꼬리 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치과의사가 의사가 되려 한다며 뭐라 또 트집 잡을 지 모르겠으나, 이는 위에 설명하였듯이 치과전문과목명 자체가 이미 치과를 명백히 표현하고 있으므로 굳이 오해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당연히 의과와의 영역 싸움의 문제도 아니다. 선진국이 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그냥 뭔가 어색한 제도를 순리에 맞게 개선하려는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여러 절차를 거쳐 합의를 이루고 국회를 통과하여야 하는 문제이므로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갈 길이 아주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만일 위의 방법 외에 의료법 수정없이 맨 뒤에 “치과의원”을 반드시 사용하는 전제 하에 다른 길을 모색해 본다면, 치과전문의 명칭을 자체를 바꿔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각 전문의 학회의 독자적인 의결만 하면 시작이 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제도 변경은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기존 치과전문의 명칭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보고 뒤에 치과의원을 붙여 여러 조합을 만들어 본 바,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고, 원래 개선의 취지를 만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미 십 수년간 현재의 전문의 명칭으로 발간된 수많은 행정적, 학술적 저작물이 다 바뀌어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기회비용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모든 치과전문의들이 자신들의 전문과목을 모두 표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 스스로도 이미 구세대여서 그런지 전문과목명 없는 그냥 단순한 고유명사+ 치과의원의 명칭이 자연스럽고 심플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바뀌어가고 있고, 지금의 진리나 순리가 미래의 그것들과 같을 리는 만무하다. 현 제도하의 치과전문의 표방 의료기관 명칭방식의 어색함을 필자만이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개선 노력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미래에 후배 치과의사들이 조금 더 선배치과의사들에게 감사하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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