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론에서는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를 위한 대상자 선정과 돌봄진료 항목의 분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현행 개원 치과의사들이 치과에 내원하는 노인들에게 행하는 치과진료 행위와는 구분되어야 하기에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2014년에 시행된 75세 이상 독일 노인의 구강기능 지표(index of oral functional capability)와 2016년 일본의 구강기능저하증병명 도입에 따른 지역포괄구강케어의 활동 사례를 참조하였다. 앞서 고령화로 이미 구강돌봄진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필자에게 우리나라 구강돌봄진료 도입에 대한 당위성과 명확한 지향점을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저 구강돌봄진료를 위한 대상자 선정 기준 설정이다. 첫째, 구강돌봄진료 대상자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치과에 내원할 수 없기에 치과의사가 직접 방문하여 진료해 주어야 할 노인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거동성(擧動性, ambulation)”에 대한 평가가 대상자 선정의 첫번째 기준일 수밖에 없다. 이는 독일연방치과의사협회의 ‘고령과 장애인 개념(AuB-Konzept, Alter und Behinderung)’의 첫번째 기준이기도 하다. 물론 전적으로 침대에 항상 누워만 있는 와상(bedridden, 臥床) 상태의 노인이 적용 대상일 뿐 보호자와 휠체어 도움으로 치과 내원이 가능한 노인은 그 대상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치과의사는 보호자와 휠체어의 도움으로 내원가능 유무를 확인하면서 돌봄 노인의 거동성을 평가하면 될 것이다. 둘째, 돌봄 노인의 “자가 구강위생능력”과 “치과치료협조 가능”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독일 ‘고령과 장애인 개념(AuB-Konzept, Alter und Behinderung)’의 나머지 두 가지 기준이다. 무엇보다도 돌봄 노인들은 뇌졸중으로 인해 손놀림(manual dexterity)이 저하되고, 치매(인지 감소)로 인해 구강위생에 무관심하다. 이로 인해 스스로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치과진료에 협조하고 싶어도 신체적, 인지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75세 이상 독일 노인에서 스스로 구강위생능력과 치과치료협조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 셋째, 돌봄 노인의 현재 구강기능 상태와 감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구강쇠약(oral frailty)은 전신쇠약(physical frailty)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서는 구강쇠약을 전신쇠약 과정의 동반요인 이전에 선행요인으로 이해할려는 노력들이 보고되고 있다(Tanaka 등,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18.10;73:1661-1667). 다시 말해 불량한 구강상태의 누적이 미래의 신체적 노쇠, 근감소증, 장애 및 사망을 초래하기에 오히려 구강쇠약의 조기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처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저하된 구강기능 향상과 지속적인 유지는 저작기능 향상과 섭식 연하에 도움을 주어 요양상태로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이환율과 사망율을 줄이면서 생애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구강돌봄진료에 필요한 항목의 분류이다. 이는 돌봄 노인에게 실제적으로 필요한 구강돌봄진료 내용을 살펴보자는 의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필자 나름대로 고민해 온 구강돌봄진료의 내용을 크게 4개 항목으로 분류해 보았다. 첫째, 돌봄 노인을 위한 “구강건강관리” 항목이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케어(돌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항목은 다음의 두 가지 ‘구강위생관리’와 ‘구강기능관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구강검진과 치태 조절(전문가 구강위생관리 포함)이 주 내용인 ‘구강위생관리’로 이에는 구강관리용품 처방과 시설종사자의 대상자 구강위생관리에 대한 교육 등이 포함된다. 반면에 ‘구강기능관리’는 돌봄 노인의 저작 기능과 섭식-삼킴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내용이다. 이에는 저하된 혀-입술주변 근력의 강화 훈련 프로그램(구강기능체조 혹은 구강운동지도)과 구강건조의 관리 및 식사 지도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돌봄 노인에서 구강건강관리만으로도 재원 일수와 재입소를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둘째, 돌봄 노인의 저하된 저작의 기능과 효율을 높이면서 섭식 및 삼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치과처치” 항목이다. 이에는 비가망 치아(hopeless teeth)의 발치, 불편감을 가진 구강점막의 치유를 위한 간단 처치와 투약 및 잘 맞지 않는 틀니의 조정-수리 등 비침습적 혹은 최소 침습적인 구강처치가 주 내용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요양시설 및 재가 돌봄 노인에서의 구강돌봄진료는 “기본치과처치”까지 진행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법이 아닐까 여겨진다.
셋째, 돌봄 노인의 저작기능에 도움을 주는 “일반치과처치” 항목이다. 이 항목에는 치아우식 처치,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신경치료, 치주치료 등이 주 내용이다. 이는 대부분의 내원치과진료에서 행하여지는 처치들이다. 하지만, 돌봄 노인에서의 “일반치과처치”는 각종 치과치료를 위한 기구와 재료 및 장비가 동원되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참고로 물론 치과가 개설되어 있는 요양병원에서는 돌봄 노인의 전신 및 구강 상태에 따라 일반치과처치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돌봄노인에서는 구강돌봄진료에 국한되어야 하기에 가능하면 대상자를 이송하여 내원진료 형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항목에는 치과치료 필요도 평가 및 진료 이송지시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돌봄 노인의 편안한 연명과 존엄사를 위한 “응급(긴급)치과처치” 항목이다. 이에는 전신감염, 패혈증, Shock 등 전신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심한 치주 농양이나 치성 감염의 처치, 지속되는 구강 출혈 처치, 높은 흡인 위험 치아의 처치 및 낙상에 의한 안면외상 처치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응급처치를 위해서는 의료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안전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상에서 필자는 구강돌봄진료제도의 도입을 위한 대상자 선정 기준과 돌봄진료 항목에 대한 분류 작업을 하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선결되어야 할 것은 국가구강검진에 노인 구강기능 평가 항목(2021.01.13일자 치의신보 시론, 실효적이고 종합적인 평생 국가구강검진체계 구축에 관한 제언)이 포함되고, 그들의 구강기능저하(쇠약, 감퇴) 정도에 따른 한국형 구강쇠약지표 개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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