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회사에서는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를 이용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의료기관의 매출을 증가시키며, 예약된 환자가 재진 예약이나 수술을 취소시키지 않는 비법을 도입해 주겠다는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하면서 각 병원의 진료수익을 성장시키고 환자 진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핵심에는 수술치료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방법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Surgimate 라는 뉴욕의 한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1) 병원 웹사이트를 최대한 활용하라, 2) Google 선전을 이용하라, 3) 지역의 웹사이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관리하라, 4) SNS에 적극적으로 글을 올려라, 5) 댓글을 주의 깊게 관리하라, 6) 지역 신문 방송 매체를 생각하라, 7) 입소문이 잘 나도록 관리하라 등의 조언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라, 성실하게 수술을 준비하라”는 등의 이야기는 없다. 오직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국제구강악안면외과학회(ICOMS)가 개최되었다. 여러 세션 중에서 청중이 몰리고 단연 주목을 받은 강연을 꼽으라면 “최소 침습 악교정수술(Minimally Invasive Orthognathic Surgery)” 이다. 의과의 경우, 대표적인 최소 침습수술은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수술이다. 양악수술에서 최소 침습수술이란 최소한의 절개를 이용하여 수술 부위에 접근하고, 수술 부위 자체도 최소화하며, 골막 견인(periosteal retraction)을 최소화하여 연조직 손상을 줄임으로써 수술 후의 동통과 부종, 회복 시간을 줄여 일상생활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하여 양악수술을 할 때 예전의 1/3 정도 길이의 절개를 하고, 상악 후방부위 골 절단은 절골도를 비틀어서(osteotome twisting) “gentle 하게” 상악을 절단시킨 후, 움직여진 상악을 고정할 때는 기존의 4개가 아닌 2개의 금속판(plate)만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이번 최소 침습 악교정수술 강의는 두 가지의 강연과 심포지엄에서 진행되었다. 강의는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와 터틀넥 티셔츠를 입은 잘생긴 브라질 구강악안면외과 의사가 깨끗하고 첨단 시설로 가득 찬 자신의 수술실과 진료실 영상을 소개하면서 시작되어, 마지막에는 원래부터 예뻤던 미스 베네수엘라에게 자신의 최소 침습수술 방법으로 양악수술을 하여 빠른 시일 내에 얼마나 극적으로 더 예뻐졌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최소 침습 수술은 2017년도 ICOMS에서 스페인 의사가 발표하여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막강한 디지털 미디어와 마케팅 자금력을 앞세운 이 젊은 브라질 의사가 이번에 또 다른(사실 거의 비슷하지만) 최소 침습 악교정 수술 강의를 한 것이다. 최초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그 스페인 의사는 이제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늘었고, 청중의 한사람으로 강연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 침습수술이라는 매혹적인 이름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것이 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술의 정확도를 보장해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강연자도 언급했듯이 확실한 것은 이 수술 방법으로 병원 마케팅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여년 전에는 “악골 연장술(distraction osteogenesis)” 덕분에 모든 골이식이 필요 없을 것 같았고, 10년여 전 “선수술”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기존의 수술 전 치열교정이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당시 이 수술을 안 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축적된 많은 연구 결과와 최근의 발표에 의하면 초기에 제시된 방식과 현재의 수술 추세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소 침습수술을 먼저 시행한 일반외과나 산부인과 등의 영역에서는 최소 침습수술과 로봇 수술의 과도한 사용과 마케팅 중심의 홍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서는 직장암과 신장절제술에 통상적인 개복수술과 최소 침습수술(로봇수술)을 비교하였을 경우 로봇수술이 더 우월한 결과를 보이지 않으며, 두 연구 모두에서 수술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고되었다. 2018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는 논란을 일으킨 두 편의 논문이 연달아 실렸다.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최소 침습수술 기법을 이용한 자궁적출술과 통상적인 복부 자궁적출술을 비교하였을 때 놀랍게도 최소 침습수술이 전통적인 개복수술보다 치료 후 생존율, 무병 생존율(disease-free survival rate)이 오히려 더 낮았다는 것이다. 이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논문 발표가 계속 이어졌다.
의료 기술은 많은 경우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필자도 3D 디지털 기술을 수술에 도입하면서 수술 정확도 향상과 시간 단축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의 최소 침습수술은 현대 의학의 실제적이고 의미 있는 발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은 임상적 근거와 환자 안전이라는 측면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내 손안의 핸드폰에서 검색된 내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모든 결정을 내리는 시대이다. 정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의료기술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병원 간의 경쟁이나 의사의 명성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빈번히 이용될 경우,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제 의사와 환자는 무엇을 선택하는가? 증거 기반의 수술(evidence-based surgery)인가 아니면 인스타그램에 수술 결과를 올릴만한 인기 있는 수술(Instagrammable surgery)인가?
첨단 의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수술을 시행하는 외과의의 숙련도가 기본이고 더 중요하다. 또한 최소 침습수술에는 높은 추가적인 의료비용과 의료 기기 제조업체의 판매 전략이 반영된다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최소 침습 악교정수술이 지금 당장은 인기가 있다고 하여도 일시적인 마케팅의 도구로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질지, 아니면 모든 악교정수술을 이 방법으로 하게 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였는지의 여부는 결국에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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