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원장님과 스탭 선생님들이 저한테 무슨 업무를 시킬지 몰라 서로가 우왕좌왕했죠.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며 차츰 제 영역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시스트의 어시스트라고 할까요? 진료 전 단계까지 모든 준비를 해 원장님과 어시스트 인력이 환자에게만 집중하게 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최근 ‘치과진료코디네이터’ 교육을 수료하고 일산의 한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원정 씨(가명·50대)의 얘기다. 최 씨는 “막상 처음 치과에 가니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기구, 장비 등의 명칭이 헷갈려 애를 먹었다”며 “그러나 원장님이 계속해 몇 가지 업무를 반복해 설명하며 숙달할 수 있게 도와줬고, 금세 진료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되기 시작하자 직원들도 마음을 열고 챙겨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치과에서 일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경기지부(회장 최유성)가 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산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MOU를 맺고 경기도 고양시에서 진행한 ‘치과진료코디네이터’ 양성 시범사업이 첫 교육 수료자들을 배출하고 이들의 치과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부터 5월 23일까지 7주간 진행된 해당 교육과정을 통해 12명의 수료자가 배출됐으며, 이 중 9명이 치과 취업에 성공했다.
치과진료코디네이터란 박창진 원장(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이 주창하는 새로운 치과 인력의 개념으로,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가 예방진료나 수술보조 등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치과진료 전 단계까지의 작업을 지원하는 인력을 말한다. 박 원장은 관련 교육과정 설계부터 실제 교육 전반을 맡았으며, 시범사업 수료자들이 취업한 이후에도 SNS와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 치과별 특성 고려 업무분장 관건
앞선 최 씨의 사례처럼 이 새로운 인력군은 치과 임상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치과운영의 효율화를 더할 새로운 업무범위 창출에 실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치과에 취업한지 한 달이 됐다는 김민정 씨(가명·40대)는 “교육과 실제는 달랐다. 교육과정에서 배운 진료를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취업한 치과에서의 순서가 달라 애를 먹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도구, 장비 등의 취급법에 대해 알고 있으니 가르쳐 주는 입장에서 수월함을 느끼는 것 같더라”며 “점차 스탭들도 내 역할을 한정해서 맡기고 업무에도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치과위생사 고유의 업무를 빼고는 다 하고 있다. 각 치과 상황에 맞춘 현장에서의 추가 교육과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씨는 “원래 사무직, 비서 등의 일을 했었다. 그러나 오래 일을 쉬고 다시 직업을 구하려니 생각처럼 쉽지 않아, ‘이제 생산직 밖에 갈 곳이 없겠구나’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러다 치과진료코디네이터 과정을 보고 지원했다. 치과에서 일한다고 하니 전문적이고, 근무환경도 좋을 것 같았다”며 “교육을 듣고 나니 꼭 치과에서 일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실제 일을 해보니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직업에 만족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교육과정 수료생들은 초기 치과 정착과정에서의 적응기를 거치면 해당 직무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 교육과정에서 제공된 교재를 통해 이론을 반복 숙지하고, 계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업무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박창진 원장은 ‘대한치과의료 인적자원관리협회’를 만들어 관련 사업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국의 시도지부, 정부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교육과정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이 같은 새 직군이 잘 정착하면 개원가의 고질적인 인력난 타개에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원장은 “치과진료코디네이터가 일정 수 이상 배출되면 민간자격증화를 추진하려 한다. 제대로 된 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위해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업무범위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치과의사 대상 교육 및 홍보에도 힘쓰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