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가 저물었다. 올해도 치과계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난제들이 얽히고 설켜가며 힘든 시공이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가장 괴롭혔던 문제는 아마도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보고’ 제도 시행일 것이다.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게 했던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는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 속에서 내부 갈등도 있었지만 현재는 한목소리로 투쟁 중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사실 이러한 치과계의 현안보다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치과계 내부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상당히 병들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가면서 의료복지에 대한 문제 때문에 정부 당국의 정책과 부딪쳐온 일은 다반사였다. 이번 집행부만의 일도 아니고 매 집행부마다 새로운 도전이 다가왔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각 집행부 임직원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했었다. 그 당시에는 옆에서 보면 집행부가 마땅치 않고 일을 못하는 것 같고 한심해 보여도 지나고 보면 그 어느 집행부도 자신의 임기 중에 맞닥뜨린 현안에 대해 피하거나 도망가는 일 없이 정말 헌신적으로 노력하며 해결해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과정 속에 해법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는 있어도 이 역시 치과계 전체를 위한 과정이기에 크게 분열되는 일이 없이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갔다.
이 말은 곧 우리 회원들이 뽑은 집행부를 믿어도 된다는 결론적인 말이다. 옆에서 보기에 마뜩치 않아도 우리 손으로 선출한 집행부를 믿지 않는다면 매우 실익이 없는 갈등과 분란으로 치과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물론 비판도 하지 말고 지적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집행부가 추진하는 대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다퉈나가면서 견제도 해야 집행부가 더욱 견실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치과계 내부 갈등은 필자가 언급한 건강하고 건전한 비판과 견제 차원과는 그 길이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이번 박태근 집행부는 처음 출발단계부터 불붙은 화약을 안고 달리는 기차 같았던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지만, 그렇다고 2년 임기 내내 집행부 임원 간에, 협회와 극히 일부 지부 간에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은 갈등이 왜 일어나는지 안타깝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처음에는 극히 일부 임원이 대놓고 밖에 나가 협회장을 직격하는 발언과 심지어 단체까지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있어서는 안될 사태가 일어나더니 지금은 일부 지부와 협회 간의 첨예한 주장들이 오가며 갈등이 증폭돼 가고 있는 양상이다. 각자의 주장이 있으니 갈등의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는 일단 거론하지 않겠다. 그러나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직전 임원들이 새로운 집행부에 자리를 차지하고 눌러앉은 것부터 잘못이었다. 둘째, 현재 치과계 최대 현안인 비급여 보고제도가 강제 시행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지부와의 갈등이 불필요하게 커졌다는 점이다. 셋째, 내부 회계자료가 무단으로 유출돼 협회장의 활동비를 고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이에 대한 진위공방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는 새로운 협회장에게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게 해 주었던 관례를 허용하지 않은 결과였다. 정관이 어떻고 하는 문제는 접어두자. 치과계가 법률전문가 단체도 아닌데 모든 규정이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단지 상식과 예의를 말하고 싶다. 직전 집행부 임원들이 현행 정관상으로는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 없더라도 새로운 집행부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이상 자리를 사실적으로 양보했어야 했다.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결과가 매우 심각한 내홍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협회와 지부간의 대화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한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대립까지 해가며 풀 일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한 과정이라고 본다면 현재 협회와 지부 모두 합심하여 대응해 나가고 있으니 더 이상 이로 인한 갈등이나 대립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회인 협회에 대한 치과계 권위를 지부가 지켜주지 않는다면 누가 협회를 존중할 것인가?
세 번째 문제는 심각하다. 우선 회계자료가 왜 외부로 쉽게 유출되느냐 하는 문제다. 협회장의 활동비 회계자료가 유출되어 특정 회원의 손에 의해 사법당국에 고발되는 상황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9대 집행부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제30대 협회장도 마찬가지로 고발되었다. 물론 내부고발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 없지만 회계자료를 유출한 이가 임원 중에 있었다면 내부 감사에 의해 풀어 가야 할 문제를 생략한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다 보니 항간에는 협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일어난 일들이라고 폄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또 한편에서는 차기 선거용으로 집행부 흔들기를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던 간에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단지 선량한 피해자만 있을 뿐이다. 바로 회원들이다.
2022년에 일어났던 이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일, 서로 생채기 내는 일들을 말끔히 씻겨 갔으리라 생각하고 싶다. 치과계 미래를 논하고 치과계 미래를 향해 나가기도 벅찬 세상이다. 금년에는 좀 더 밝은 치과계, 희망찬 치과계, 관용과 이해로 뭉쳐지는 웅장한 치과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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