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다리

  • 등록 2023.05.24 16: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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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토종 야생화 중에 ‘솜다리’가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에델바이스로 알려져 있다. 유독 관심이 생겨 찾아보니 원래부터 우리 고유의 솜다리라는 꽃은 설악산이나 한라산 일대에 자생하고 있었고 예쁘고 앙증맞은 꽃이다 보니 필자가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난 국화과의 꽃으로 7월 전후로 개화하는 보호종에 속한다. 꽃말은 맑고 깨끗한 선녀의 마음씨로 귀중한 추억, 고귀한 사랑을 뜻하는데 에델바이스로 부르기 보다는 솜다리라고 기억하며 전통 우리 꽃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해변의 바위나 절벽에 붙어사는 야생풍란처럼 솜다리도 인적 없는 절벽이나 척박한 산기슭에 꿋꿋하게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어 고고하고 신비한 자태와 함께 솜털처럼 부드럽고 깃털처럼 가볍고 귀여운 모습이다. 몇 년 전에 화원에서 씨를 구해 발아를 시도해 봤으나 실패하여 집에서 배양하기 어려운 식물인가보다 하며 단념했었는데 근자에 발아시킨 모종을 구입하여 열심히 배양 중이다. 꿈에 그리던 꽃을 인터넷상이 아니라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격스럽고 황홀하다.

 

솜다리 종류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1)솜다리, 2)산솜다리, 3)한라솜다리, 4)들쑥꽃, 5)왜솜다리가 있으며 저마다 약간의 특징과 차이가 있는데 대개 추위에는 강하나 더위에는 약한 식물이다 보니 여름나기가 걱정이 된다. 필자의 난실 한 가운데 산솜다리가 자리 잡고 있어서 이젠 난실에 들어갈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나도 모르게 ‘솜다리 백합 물망초는’ ‘솜다리 하늘을 날고’ 라는 노래가사를 흥얼거리게 된다.

 

 

하얀 솜사탕이나 연분홍 솜사탕처럼 커다랗게 감긴 솜사탕을 떼어 낼 때 휘날리는 모습은 솜다리의 뽀송뽀송한 꽃과 잎의 보드랍고 연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어릴 적 골목어귀에서 텁수룩한 아저씨가 자전거에 실린 솜사탕기계를 발로 발판을 굴려가며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실 같은 솜 타래를 꼬챙이로 쓱쓱 걷으며 눈덩이 굴리듯 만들어 주시던 솜사탕을 신기해하며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눈덩이 녹듯 솜사탕도 금방 없어져버리는 아쉬움이 뇌리에 남아 있지만 솜다리가 노랑나비로 변하고 분홍나비로 변해 하늘 높이 훨훨 날아가 따라오라며 손짓하듯 유혹하는 듯하다. 솜다리에 대한 꿈과 낭만이 마음속 한편에 자리하게 되었다.

 

봄이 오면 순수한 사랑으로 봄을 반기는 듯한 백합, 꽃말처럼 사랑하는 이를 위해 꽃을 꺾다가 영원히 헤어지게 된 애틋한 사랑(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마세요)의 물망초, 고귀한 사랑의 솜다리가 공통점이 느껴진다. 애잔한 사랑, 꺾어질 듯 연약한 사랑, 한편으로는 앙증맞고 귀여운 사랑을 그리며 피터팬 신드롬처럼 여전히 동화 속에서 꿈꾸고 있다. 솜사탕처럼 사라져간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내어 솜다리의 솜털 하나하나에 심어놓고서 활짝 핀 꽃잎과 대화한다. 바쁘게 살아왔지만 아름답고 정다운 기억들이 다시 뭉글뭉글 피어나 찌든 현실이 맑게 순화되는 듯하다.

 

동식물을 사랑하기에, 자연을 사랑하기에 자연과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 가까이 하게 된다. 사시사철 다양한 종류의 꽃과 식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운다. 빠른 속도와 직선의 현실 속에서도 굽은 것, 곡선의 여유로움을 찾아 조화를 이루는 삶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치의학이란 과학이고 예술이다’라고 했듯이 우리 치과의사들은 특히 직업적 특성상 예술적 감성이 생활화 되어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굽은 것의 여유를 찾아 좋아하는 화초 한 두 개쯤은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을 쏟아 봄직하다. 물만 준다고 꽃이 피지는 않는다. 각각의 개화 시기나 개화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충족되어야 꽃이 피듯이, 정성과 사랑을 기울여 번식과 새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껴본다면 좁은 울타리 내에서도 소소한 행복과 활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름이 다가온다. 시간 참 빨리도 지나간다. 바쁜 와중에 잠시, 혼자만의 휴식시간을 갖고 예쁜 꽃들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꽃사랑1)

 

어디에서 날아와 어느 곳에 앉을까

노랑나비 살랑살랑 서성이고

솜다리 백합 물망초는

서로서로 부르며

나비를 유혹하네

 

요술을 부렸구나

분홍 나비로 변했어

백합에도 앉았구나

하얀 나비로 변했어

솜다리 하늘을 날고

물망초도 하늘을 날아

곱디고운 나비 푸른 하늘에 수놓네

 

잊지 않을 거라고 멀리서 돌아보며

꽃나비 생글생글 미소 짓네

꿈에서 깨어 둘러보네

하늘을 쳐다보며

너만을 기다리네

 

5월의 햇살 같은 꿈이여

내 푸른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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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광렬 시집 ‘그리운 곡선’ 85쪽 수록

유튜브 ‘이광렬 꽃사랑’ 노래가사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광렬 이광렬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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