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덕-행동철학자 프랭크퍼트가 2005년 “On Bullshit”이라는 손바닥만 한 100쪽도 안 되는 조그만 책을 출간하면서 그 명성이 절정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책이 작은 이유는 두꺼워지면 자연히 개소리를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개소리의 개념적 의미를 현실적, 철학적으로 분석하여 거짓말보다 훨씬 교활한 개소리의 사회학적 해악을 명쾌하게 까발렸다고 평하고 있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목적 달성만 중요하다고 하였다. 의도에 부합되면 진짜, 가짜 안 따지는 개소리의 교활한 폐해를 지적하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로 개소리가 너무 만연한다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이것을 알고 있다고도 하였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하였다. 원저의 출판년도가 2005년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초판 1쇄가 2013년 발행되었는데, 2023년 지금 14쇄가 발행되면서 인기를 끄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이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고 하였다.
프랭크퍼트는 거짓말과 개소리의 본질적인 차이를 진실과의 관계로 설명하였다. 거짓말쟁이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자신의 허위를 그 진실의 가면 아래에 설계한다고 하였다. 거짓말은 정교한 위조품이 그렇듯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데, 먼저 진실을 숙지해야 하고, 일정한 정도의 숙련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거짓말을 지어내는 데는 지적으로 뛰어나고, 장인 정신이 필요한데, 무엇이 진실인줄 모르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꾸며내지 못하여 금방 들통난다는 것이다. 반면에 개소리는 덜 정교해도 된다고 하였는데, 개소리쟁이의 작업은 공들인 노력보다는 임기응변과 꾸밈, 그리고 연기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즉 개소리는 엉터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공들여 만들 필요도 없고, 단지 약간의 뻔뻔함만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거짓말은 역설적으로 진실의 권위를 전제로 하는 반면 개소리는 진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하찮게 취급한다고 하였다. 거짓말이 만연한 세상에서는 진실에 대한 갈망도 커지지만, 개소리가 판치면 솔깃한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아니면 말고”식의 정서가 팽배하면서 진실이 설 자리를 점차 잃는다고 하였다.
개소리쟁이는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의도(목적)만 중요하다고 하였다. 즉 자신의 의도에만 부합하면 진실이든, 거짓이든, 무슨 말이나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개소리를 통해 여론을 유도하고, 태도와 감정을 조작하는데, 요컨대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가짜(phony)라는데 있다고 하였다.
교육계는 어떠냐는 질문에 교육계나 정치계도 중요한 사상도 없으면서 아는 척 하면서 이해하기도 어려운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아 진실을 모호하게 만드는 자들이 얼마간 있다고 하였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려는 노력도, 거짓을 말하려는 노력도 모두 포기하고 상황과 상관없이 개소리가 될 수밖에 없는 주장을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프랭크퍼트는 개소리가 진실에 대한 존중을 훼손하고, 관심을 약화시킴으로써 거짓말보다 더 심각하고, 교활하게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하였다.
자칭 발치의 대가라는 치과의사가 TV에서 치아는 병마개 따듯이 재빨리 빼야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숟가락, 허리띠 등으로 병마개 따는 쇼를 보여주었다. 개그맨으로서가 아니라 치과의사로 출연하였는데 치과에서 보여줄 것이 그렇게도 없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필자가 번역했던 “달인이 될 수 있는 발치 기법”이라는 책이 12년 만에 증보판으로 출간되어 다시 번역 중인데, 이 책도 교재로 썼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처구니없었다. 발치 시 모든 과정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조작하도록 되어 있고, 필자도 옛 교수님의 가르침대로 치아는 간질어서 뽑는다는 마음으로 발치할 치아의 움직임을 느껴가며 천천히 발치한다. 이것을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재미를 위해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것도 모르고 말했다면 황당한 개소리 아닌가?
비뇨기과가 아니고 비뇨의학과라고 홍보하는 의사와 모발이식을 한다는 의사가 같이 출연했었다. 비뇨의학과 선생은 고추를 어떻게 크게 만드는지 방법을 말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고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삶의 질을 충족시키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참석자들의 궁금증과 공감을 끌어냈다. 할 말을 가지고 있었다. 치과의사도 이야기꺼리를 잘 만들어가지고 나가면 좋을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원래 필자가 bullshit(개소리)에 대해 쓰려했던 것은 이 방송 때문은 아니었다. 뉴스 시간이 되면 채널을 돌리고 싶어지는 되잖은 세상사가 안타깝기 때문이었고, 이를 좇아가는 것 같은 치과계 모습이 아쉬워서이었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단합하지 못하고, 고소, 고발이 진행되는 것을 걱정하는 원로들의 글을 보았다. 내편은 언제나 나를 응원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아 말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불만이 있어도 3년 잘 도와주면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문화가 이어져 치과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가 잘못되어야 다음에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버릴 것은 버리자. 필자도 학회 활동 중 느닷없는 투표로 아픔을 맛본 적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영원한 것도 없었고, 투표하는 사람들은 현명하였다고 생각한다. 믿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잘하자. 기회는 온다. 필자는 왔었다.
필자의 말도 길어졌는데 개소리가 많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치과의사가 회장이 되는 것은 여러 과정 중의 하나일 뿐 전공은 아니지 않은가? 서로 마음을 열고 화합의 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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