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의료 농단은 대한민국을 의료 망국의 길로 내달리게 하고 있다. 전투병의 심정으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지난 4월 28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임현택 회장 당선인이 정부의 의대 증원·필수의료패키지 원점 재논의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총회는 의협 대의원 223명이 참석해 성원을 이뤘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의협은 원점 재논의 없는 협상은 향후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견지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 대란은 정부의 일방적 권력 남용에 따른 것이므로, 정부가 먼저 진정한 사과와 원점 재논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임 회장 당선인은 “이번 사태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오롯이 정부의 일방적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며 “이번에도 의료계가 인내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면 한국 의료의 사망 선고일은 그만큼 더 당겨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발표,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우리 의료계는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정부가 사지로 내모는 작금의 의료계를 회생시키고 다시 심폐소생해 생기를 찾아오려면 우리가 강철과 같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오직 14만 의사 회원을 위해 한국 의료를 목숨 바쳐 다시 살려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 회장 당선인의 선언에 의협 대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하는 등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 의협 투쟁 창구 집행부 단일화
이와 더불어 의협 대의원총회는 결의문을 채택함으로써 의협 신임 집행부에 힘을 보탰다. 결의문에는 ▲2000명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추진 전면 백지화 및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 ▲회원에게 내린 각종 행정명령 취하 및 행정처분 전면 철회 ▲관련 책임자 문책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중립적·독립적 기구 설치 ▲정부 주도 의료개혁 정책 폐기 및 의협 제안 의료개혁안 수용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신임 집행부 가동에 맞춰, 기존 운영되던 대의원총회 산하의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도 해산키로 했다. 이는 투쟁 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동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라는 목표하에 비대위는 지난 3개월 간 각고의 노력과 최선을 다했지만 한시적 조직의 특성상 목표 미완수 상태에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며 “그러나 5월부터 새 출범하는 42대 집행부에서 잘 대응해주실 것으로 믿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날 총회에서는 ▲국민건강보험 자격확인 의무화 법안 ▲실손보험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검체검사 위탁에 대한 기준 고시 ▲오송 바이오 부지 활용 방안 ▲한방 관련 대책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대의원의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