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해서 뭐하나…” ‘번 아웃’ 치과의사 는다

  • 등록 2024.08.21 20: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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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등 신체 문제·부정적 감정에 직무 효율 저하
번 아웃 상태 신속히 인지하고 심신 통합 관리해야
운동, 숙면, 식단 관리 철저, 요가·명상 등 효과적

환자 진료와 각종 병원 경영 업무로 종일 정신없이 돌아가는 개원가. 무한 경쟁이 만들어낸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번 아웃’을 겪는 치과의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를 타개할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어 주목된다.


서울에 개원한 A 원장은 최근 진료 일정을 확인할 때마다 숨이 막히거나 두통이 밀려오는 등 신체적 문제를 경험했다. 심지어 원장실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릴 때면 극심한 무력감과 우울감을 겪으며 부정적인 생각만 속으로 되풀이했다.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진료에 집중이 되지도 않았고, 환자나 직원들을 마주해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그냥 다 버겁다는 감정만 들곤 했다. 나아질 거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그냥 내가 병원에서 진료해서 뭐 하나 싶었다. 출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환자와 약속을 깨고 휴진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는 전형적인 번 아웃 증상 중 하나다. 번 아웃은 업무 과다로 인해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 만족도와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이다.


특히 WHO는 최근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발표, ‘번 아웃’을 질병은 아니지만,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규정하며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냉소적 감정 증가, 직무 효율 저하 등을 주된 증상으로 제시했다. 또 자칫 이를 방치했다가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무한 경쟁 속 경영 스트레스도 커
개원가의 경우 의료인으로서 매 순간 무거운 책임감과 완벽한 치료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축적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최근 개원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경영 스트레스로 인한 번 아웃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심리 상담 전문가는 “번 아웃을 겪게 되면 먼저 자신이 번 아웃 상태라는 것을 하루빨리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특히 몸과 마음을 두루 챙겨야 한다. 업무 걱정과 스트레스를 조금 내려놔야 한다. 스스로 힘들면 전문 의료진이나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 숙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과 가까이하는 산책 등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업무를 줄이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과 업무를 분리하려는 시도와 진료 중간중간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번 아웃이 오면 대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생활·업무 환경 등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할 것을 판단해 실천하거나 접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감정적 탈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치과 내 1분 걷기·스트레칭 생활화
이같이 심신 돌보기가 번 아웃을 이겨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바쁜 진료 일정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개원가의 상황에서는 여유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케이틀린 파슨스(치과위생사 겸 요가 치료사)는 병원 내에서 할 수 있는 번 아웃 탈출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먼저 ‘번 아웃’을 불러오는 신체적 피로를 줄이기 위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을 하는 동안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돕는 의자 등 사무 가구를 찾아 구비하고 업무 공간과 도구·장비 등을 정렬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쉬는 시간을 만들어 스트레칭, 1분 걷기 등을 실천하면 장기간 근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치과 내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요가 테라피도 도움이 된다. ▲고양이 자세(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척추를 둥글게 하는 자세 반복) ▲목 스트레칭 ▲사이드 밴드 ▲다리를 벽에 기댄 채 눕기 등을 추천했다.


이 밖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마음 챙김 수행으로 ▲4초 동안 들이마시고, 4초 동안 참은 다음, 4초 동안 내쉬고, 4초 동안 참는 박스 호흡법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를 스캔하며 긴장 부위를 의식적으로 이완하는 바디 스캔 명상 등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치과의사의 긴 근무 시간, 까다로운 환자, 반복적인 동작, 불편한 자세들은 몸과 마음에 큰 타격을 주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며 “번 아웃을 관리하는 데 보다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실용적인 인체공학적 원리, 치과 전문가를 위해 고안된 치료 요가, 마음챙김수행을 일상에 결합함으로써 번 아웃에 맞서고 전반적인 웰빙을 향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광헌 기자 kh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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