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학의 불모지 아프리카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전하다 -말라위(하)

  • 등록 2024.10.08 18: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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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다가스카르 진료봉사를 마치고 팀원들이 귀국길에 오를 때 필자는 두 번째 방문 예정국인 말라위로 가기 위해 경유지인 케냐행 비행기 편에 오르고 있었다. 마다가스카르로부터 실제 직선거리는 짧지만 직항이 없는 아프리카 형편상 케냐로 갔다가 다시 돌아내려오는 일정으로 말라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것은 지난 15년 이상 몽골에서 치과의료 선교사역을 하시던 강지헌 선교사님이 최근 말라위 치과대학이 설립되고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약 5년 전부터 이곳에서도 치과의료 사역을 시작하시게 되었고 이곳 치과대학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과 함께 필자를 초청해 주셔서이다.

 

말라위는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로 수도는 릴롱궤이고 최대도시는 블랜타이어이며 국토면적은 북한보다 약간 작은 정도이고 인구는 약 2100만 명이며 1인당 GDP는 $523이다. 1960년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부존자원이 없고 마땅한 관광지도 없으며 오로지 농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상적이게도 여러 목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구호사업을 펼치며 특히 도로를 포장해주고 있었던 중국의 China Aid(한국의 Koica)의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치과대학이 설립된 지는 5년 정도이고 수도가 아닌 블랜타이어에서 대부분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본과 4, 5학년이 되면 실습을 위해 종합병원이 있는 릴롱궤 캠퍼스로 오게 된다. 필자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보철과 임플란트 등을 매일 오전 3시간씩 강의를 했는데 학생들은 자주 접하지 못하는 기회라서 그런지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열심히 필기하며 강의에 집중하였다. 영국 식민지 영향으로 초등학교 5학년 이후부터 모든 공교육은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 빠르고 강의 후 흥미로운 질문들도 쏟아냈다. 하지만 전반적인 치의학의 수준은 생각보다 매우 열등한 상태였다. 부분틀니도 금속상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임플란트나 디지털 보철은 아직은 요원한 듯해 보였다. 몽골에 이어서 두 번째로 에바다 치과를 열어서 치과 선진화를 도와 주고 계신 강지헌 선교사님의 노력으로 치과대학 졸업 후 이러한 신의료기술을 배울 수 있는 수련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려 하고 있으며 필자와 우리대학에서도 이를 돕기 위해 구체적 방법을 모색 중이다.

 

오전에는 강의를 하고 오후에는 주로 이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선교지와 병원을 방문했는데 2008년에 설립된 대양누가병원을 방문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치과 진료실 개선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아프리카에 헌신한 선교사 닥터 전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말라위로 합류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이 나라의 흥미로운 제도는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Therapist가 존재하여 간단한 치료들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병원에서도 이런 Therapist들이 주로 진료를 하였는데 각 과별로 전문의들도 있었지만 후원기업인 대양상선의 재정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전문의 수가 줄어드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헌신된 열정으로 현지 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 닥터 전은 향후 말라위 치과대학의 수련 프로그램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의학이 불모지인 아프리카 나라들 중 아예 치과대학이 없는 나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치과 졸업생 수도 많지 않아서 일반 국민들이 치과의료 혜택을 보는 것은 더 요원한 일인 것 같다. 치과대학 증축 공사가 계획되고 나라로부터 자금이 지원되는데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행정 책임자중 어느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아서 2년 여간 진전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고 필자가 현지학생 임플란트 실습을 위해 실습키트를 학교 이름으로 보냈는데 무관심속에 말라위 세관으로부터 찾아오지 않아서 필자가 있는 동안 실습을 진행할 수 없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나라의 치의학이 조금씩이라도 발전하여 갈 수 있으려면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과 눈앞에 자신의 이익보다 학교발전을 위한 헌신과 리더십 그리고 국제화를 향한 열망이 있어야 할 것이고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계속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 나라의 첫 번째 치과의사가 될 학생들이 이 나라의 치의학 발전이라는 큰 비전을 가지고 개척자로서 잘 성장해 가길 기원해 본다. 

 

이재훈 연세치대 보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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