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100주년과 치과의사의 윤리(2): 1인1개소법 합헌과 치과의료윤리

  • 등록 2025.04.02 16: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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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74)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오는 4월에 있을 치협 100주년 행사를 맞아, 본 칼럼은 그간 치협의 활동에서 치과전문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윤리적 수행으로서 치의학과 치과 진료를 구축하려 노력해 온 모습을 2회에 나누어 검토합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1930년대 한성치과의사회의 구강위생 운동, 1971년 치협의 치과의사 윤리강령 제정을 치과의사 중앙회가 보인 전문직업적 노력의 예로 꼽아 보았습니다. 다시, 여기에서 전문직업적 노력이란 치과의사를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는 다른 직업군과 구분하려는 시도이자 그 성취를 말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시장 독과점이나 타 직군에 대한 배척과 구분되는 것은, 업무에 있어 어떤 기준이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 사회에도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특정 상품을 독식하고 가격을 올려 이윤을 극대화한다면 그것은 법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요. 그러나 전문직, 특히 의료계가 의업(醫業)을 독점하는 것은 의료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업의 하나로 여기는 이들과 의료 전문직을 분리하고, 진료 질의 향상을 추구하고자 함이었고 이는 사회에도 이득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집니다.


거꾸로 말한다면 비록 한국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 때문에 한계가 있으나, 우리가 스스로를 전문직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목표를 환자의 건강 증진과 치과의사의 지식·기술 향상에 놓을 때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서 살핀 한성치과의사회의 노력이나 치과의사 윤리강령은 이런 점을 잘 보여주었지요.


너무 이전 일이라 잘 다가오지 않으시는 선생님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하여, 최근의 사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019년 1인1개소법 합헌 판결인데요. 아직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1994년에 의료법이 개정되면서(법 조항들은 당연히,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개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의료인 1인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됩니다. 이 조항은 잘 아시는 사무장 치과, 즉 한 치과의사가 여러 치과의원을 개설한 다음, 각 의원을 사무장에게 맡겨 운영하는 형태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었어요. 치과의사만을 치과의원의 경영자로 두는 것은 치과 진료 관리 책임을 치과의사에게 귀속시키고, 다른 영리적 목적을 위해 치과의원이 운영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질 관리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미 의료기관을 개설한 어떤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또 의료기관을 개설한 다음 경영에 개입한 사안에 대한 2003년 대법원 판결은 해당 의사가 추가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맡기지 않았다면, 이런 형식의 개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의료법의 1인1개소법 조항은 큰 의미를 잃게 되었지요.


이후 한국에선 기업형 치과가 출현했습니다. 네트워크 치과, 프랜차이즈 치과, 기업형 치과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도 아직 계십니다만, 각 유형은 구분이 가능하며 네트워크 치과와 프랜차이즈 치과는 그 운영 자체를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들이 브랜드의 공유와 재료 공동구매, 직원 교육 및 예약 창구 일원화, 광고 협업 등으로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반면(물론, 네트워크 치과는 무조건 괜찮다는 뜻이 절대 아니며 몇몇 MSO의 운영 방식은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기업형 치과는 단일 경영자 또는 경영진이 특정 브랜드나 치과 네트워크에 속하는 치과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려도 U모 치과 네트워크가 떠오르실 거예요. 이 네트워크의 경우엔 동일 상호로 전국에 다수 치과를 개설하고 중앙에서 모든 지점의 경영을 통제했지요.


2011년 치협은 이 치과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합니다. 그러나 지방검찰청은 앞선 2003년 대법원 판례 및 환자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고발을 각하했어요. 이에 대응하여 치협을 포함한 여러 의료인 단체가 의료인의 다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의료영리화, 과잉진료, 불법 리베이트 등을 심화할 것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촉구합니다. 그 결과, 2012년 의료법이 다시 개정되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음이 명시되었어요. 신규 법조문 아래 경영 방식을 유지할 수 없었던 기업형 치과는 각 지점의 명의 원장에게 해당 지점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우회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지요.


치협은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의 운영 방식도 차단해야 한다고 보고, 해당 기업형 치과의 경영 자료를 수집하여 2013년 정식으로 보건복지부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형 치과 등이 개정 의료법의 1인1개소법 위헌 소원이 제출되지요. 복잡한 법적 용어를 빼고 말씀드리면, 이 조항이 모호해서 정상적인 경영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특정 치과 또는 경영 방식만 처벌 대상으로 삼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였어요.


1인1개소법을 지키기 위해 치과계 및 보건의료계의 여러 단체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조항이 의료기관의 극단적인 상업화를 규제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진료 질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그 근거였지요. 반대 측은 정상적인 경영 효율 추구를 극단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논거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공개 변론이 진행되었지요. 이에 대응하여, 2017년 치협은 ‘1인 1개소법 수호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합니다. 한편, 여러 선생님의 참여로 1인1개소법 합헌 1인 시위가 이어집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1인1개소법 합헌 결정을 내립니다. 법을 문제로 삼았던 쪽이 주장한 과도한 경영 행위 침해라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지나친 영리 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받아들인 판결이었지요. 이렇듯, 1인1개소법 합헌 사례는 지나친 영리 추구를 막고 진료 질을 향상하기 위한 시도에 대해 치과계가 함께 힘을 모은 사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의료윤리, 막연해서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께 잘 다가갈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할 텐데요. 치협 100주년을 맞아, 다가올 100년에도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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