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삶의 방향전환이 필요할때’
지홍스님·조계사 주지

2000.10.14 00:00:00

인류가 이 지구상에 발을 내딛은 이래 좀더 나은 삶의 추구와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냈던 도구들은 이제 인간의 욕망의 대상이 되어 오히려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몇 천, 몇 백만원하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서민들의 집 한 채에 맞먹는 가격의 승용차를 굴리는 사람들, 수백만원짜리 옷을 걸치고 다니는 여자들… 소비 지향적인 삶은 끝을 모르고 있다. 더한 것은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사람들 모두가 이러한 사치스러운 소비생활 속에서 행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성실하게 일해서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이 자칫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는 세상이다. 초를 다투며 엄습해 오는 변화 속에서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닫혀버린 마음들은 도시의 혼탁한 공기와 그칠 줄 모르는 소음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팽배한 이기적인 풍조는 사랑과 희생으로 든든한 생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정에까지 침범하고 있다. 병든 배우자와 어린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작은 가슴에 불신과 원망을 키우며 힘든 생 가운데 홀로 남겨진다. 자연환경 또한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산업발달과 도시화에 따른 대기 오염, 수질 오염, 또 인간의 레저와 휴식을 위한 자연림의 훼손으로 이제 저 아프리카 밀림의 구석구석에까지 인간의 탐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요사이 지구촌 곳곳을 큰 재해로 몰아넣는 기상이변은 이 같은 소모적인 삶에 대한 응분의 결과일 것이다. 지구촌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들의 삶은 점점 행복해지기는커녕,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지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죽는 줄도 모르고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한껏 커져버린 탐욕에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다. 욕망과 이기심으로 사막화되어 가는 우리들의 삶, 그리고 첨단의 문명으로 짓밟힌 자연, 이것이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삶의 결과이며, 또 현재 우리들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물질과 인간의 탐욕이 주도해왔던 소모적인 세상살이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물질문명의 진보가 아니다. 우리들에게 진정한 미래는 오직 자연과 사람이 순리(順理)로 존재하는 ‘티벳의 라다크’와 같은 아주 오래된 시점으로의 회귀에 있다고 「오래된 미래」의 저자는 말한다. 탐욕이라는 미궁(迷宮) 속을 향해 쾌속 질주하고 있는 삶에 이완이, 더불어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 삶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진흙탕에 빠져 길을 잃었다 해도 바른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 세상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살펴 바른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추종을 멈추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바른 가치에 대한 확신으로 스스로의 삶을 올곧게 세워야 한다. 탁한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누구든지 하찮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다스리면 반드시 슬픔의 독이 사라진다’고 한 부처님 말씀과 같은 바른 가치로의 삶을 바꿔나가야 한다. 진정 인간다운 삶으로의 방향전환이야말로 우리를 영원한 행복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탐욕이 비워진 자리를 진실한 사랑과 신뢰로 채운 우리의 가슴은 충만하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