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개원 10년
이명우(서울 강북구회 공보이사)

2001.01.13 00:00:00

아쉬운 기억들 많아 큰딸 혜수가 올해로 11살이 되었다. 태어나던 해 개원하였으니 개원 10년차다. 또렷한 기억으로 중학생이었던 개원 첫 보철환자의 single crown setting 다음날 “밥먹던 중 어제 해 넣었던 금니가 넘어가 버렸어요!"라며 전화를 받았을 때의 난처함,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어느 40대 환자의 구치부발치 다음날 “어떻게 이를 뽑았길래 사람을 다죽게 만들었느냐!"는 환자보호자의 날카로운 목소리. cement가 wash out되어 찾아온 long bridge 환자가 내가 해준 보철물이 아니길 바라면서 진료기록부를 유심히 보았던 많은 기억들. 유난히도 바빴던 1월의 어느날 진료에서 무심히도 soft dentin을 제거하고 z.o.e filling을 해줬던 뚱뚱한 아저씨가 그날 저녁 급성 cellulitis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는 환자보호자의 방문. 기침이 잦았던 70대 할아버지의 crown 장착 도중 목으로 넘어가 인근방사선과에서 방사선 사진을 촬영했을 때의 긴장된 순간 등은 “고통 완화(pain control)가 명의의 첫 번째 조건이고, malpractice를 최소로 줄이며 성실하게 진료하자"는 개원 내훈을 무색하게 만들며 개원 10년의 아쉬운 기억들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인 절친한 친구가 작년 개원 9년차에 미국이민을 결심하였다. 요즘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자녀들의 조기유학의 일환이 아니다. “아말감(amalgam)을 gold inlay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실력과 성실함으로 진료를 해왔는데도 한국사회에서는 …"라는 친구의 말이다. 작년 12월 잠깐 미국에 건너가서 1차 시험을 보고 왔단다. 2차, 3차 토플시험 등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뛰어난 친구라 충분히 해내리라 믿는다. 친구의 앞날에 한국에서 얻지 못했던 무궁한 발전이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학창시절 E여대 신문에서 보았던 인상깊은 시 한 귀절 “…차라리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싶다" 개원 10년에 해본 기억이 거의 없는 “…차라리 손해보는 장사"를 다음 개원 10년에는 해볼 수 있을까? 아쉬운 기억들이 많다. 혜수가 20살이 될 때쯤의 다음 10년에는 아쉬운 기억들이 많이 덜했으면 좋겠다. 미소지을 수 있는 많은 기억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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