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삶>
베풀면 몇 배로 받습니다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2001.02.03 00:00:00

베풀면 몇 배로 받습니다. 성경이나 어느 종교의 경전에서 인용하려고 말한게 아니다. 더구나 어느 종교인 또는 독실하다는 형용사가 붙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말도 아니다. 이름없는 어느 노부부가 평생을 살아 오면서 얻은 체험을 표현하는 말이다. 시간상으로 보면 작년 3월의 일이다. 필자가 속리산 법주사를 다녀 오다가 어느 노부부를 만날 일이 있었다. 법주사에 간 것은 종교인 협의회 관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다 종교 사회이다. 종교는 서로 달라도 한 사회안에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만나 대화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동 관심사에서 함께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각 도마다 종교인 협의회가 이루어져 가는 중이다. 충북에도 이 모임이 있는데 필자가 어줍잖게 천주교 대표로 나가고 있다. 법주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물론(?) 나 홀로 차였다. 충북 보은을 조금 지나 청주 쪽으로 가다 보면 곧게 뻗어있는 길을 나온다. 그 중간쯤이라고 기억되는데 아주 초라해 보이는 두 노인(할아버지와 할머니)이 손을 들어 차를 세우길래 태워 드렸다.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안되지 하는 마음에 후진시켜 태워 드렸다. “아이구, 고마워유. 두 시간도 더 기다렸는데 차가 안 와서 여태 서 있었어유” 순간 잘 태워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 가시느냐 물었더니 청주까지 간다고 했다. 겸연쩍지만 내 귀를 의심했다. 차린 모습으로 보아 가까운 면 소재지 쯤 가시는가 보다 지레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구, 고마워라. 그래 선상님은 어디 가게유?” “저 혹시 꽃동네라고 들어 보셨나요?” “듣다 마다유. 우리도 꽃동네 회원인걸유” 귀를 의심했다. 필자가 신부 복장을 하고 있는데도 선상님이라고 하는 분들이 꽃동네 회원이라니 그럴 수밖에 없잖은가 말이다. 하여간 대화가 슬슬 풀려 나갔다. “거기(꽃동네) 가 보니께 참 안된 사람 많더구먼유. 다 우리가 도와주어야 될 사람들이더라구유. 그래서 우리 계원들끼리 일년에 한번씩 먹을 것 좀 싸고 돈도 좀 모아서 갔다오구 그래유” 고마운 분들이구나 생각되었다. “그러세요? 그런데 자제분들은 몇이나 두셨나요?” “오남매 두었는데유. 다 제 밥벌이는 하고 있어유” 그러면서 큰 아들부터 막내에 이르기까지 쭉 사는 모습을 알려 주는데, 또 한번 귀를 의심했다. 자식 모두 흔히 하는 말로 전문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산층이었다. 막내만 박사학위 받으러 독일에 가 있는데 그 바람에 아직 장가를 못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 자식들이 잘 못 모시나 싶어 슬쩍 물어 보았다. “자제분들이 도지(도조) 잘 바치나요?” “그럼은 며느리들도 잘하고 딸년도 잘 해유” 그러면서 도조 바치는 액수를 죽 알려주는데 또 한번 귀를 의심했다. 이윽고 자식들이 이렇게 잘 사는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를 아십니까’의 그 시절에 이 분들도 찢어지게 가난했었단다. 한때는 얻어 먹기까지 했었는데 그 정황에도 나누어주고 하는 것이 기뻤다고 했다. 주고 싶었단다. 밥을 얻어 와서 물을 더 붓고 끓여서 이웃에 배 곯는 사람과 나누어 먹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복을 받잖아유? 베풀면 몇 배로 받아유” 그리하여 이분들이 무슨 종교를 가지고 있나 알아 보았더니 본인들은 없었다. 자식중에 한 사람이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분들은 자식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궁금증이 계속 일어나서 하나 더 여쭈어 봤다. 옷 허름하게 입고 다닌다고 자식들이 뭐라 안 하느냐고. 깨끗하게만 입으면 되었지, 값 나가는 것이 뭐 필요하냐는 말로 되돌아 왔다. 아껴서 좋은 일에 쓰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라는 말과 함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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