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삶>
나를 변화 시키자
신순근 신부·꽃동네 회장

2001.02.24 00:00:00

누군가 변해야 한다. 우리들은 늘 이 질문속에 쌓여 사회생활은 하고 있는지 모른다. 특히 사회적인 면에서, 정치적인 면에서 매일 보고 들으면서 모든 국민들이 더욱 곱씹어보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냉소적인 마음으로, 어떤 경우에는 이 사회의 장래가 걱정되거나 또 다른 이유들로 장래가 걱정되거나 또 다른 이유들로 해서 그럴 것이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필자는 심신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숙소가 심신장애자 요양원 3층에 있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 합하여 약 300여명의 장애인들이 살고 있다. 매일 그들과 접하며 함께 살기를 일년이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금년 1월 말경에 아주 평범하지만 신선한 것을 발견했다. 누구나 살다보면 여러 집회에 참석하게 된다. 행사가 너무 많아 겹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일월 하순 들어서 경사스러운 일로 어느 성당집회에 하루걸러 참석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더욱이 놀라운 모습을 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굳어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는 표현이 정확할게다. 싸우기 직전 골이 잔뜩나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남자들은 모두는 아니지만 거의 정장차림이었고, 여자들도 그렇게 정성들여 옷을 입고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웃는 것이 어쩐지 어색해보일 정도로 굳어 있는 모습들이었다. 불편했다. 내심 점잖치 못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 공동체가 왜 이리 삭막할까하는 등의 생각들로 꽉 차게 되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그 분위기를 지우지 못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참석한 다른 성당 집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럴까하고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와 저녁이 될 무렵 그때서야 겨우 무릎은 아니지만 이마를 치며 돌아보게 될 실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심신장애자들과 함께 살면서 필자가 변한 것이다. 아침에 보았던 그 사람들, 엊그제 보았던 그 사람들은 일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이 적어도 겉모습은 그대로였던 것이다. 필자가 변했을 뿐이다. 심신 장애자들은 말 그대로 육신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신은 빛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상처도 쉽게 받고 또 빨리 순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느 장애자가 말하기를, 전에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들의 표정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웃음이 배여 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다. 그러니 그들이 함께 모인 자리를 연상해 보자. 아주 작은 우스갯소리에도 그들은 자지러진다. ‘말똥"의 ‘말"자만 나와도 웃음이 터진다. 그들의 그런 모습이 필자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단체 등 주위환경이 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역으로 내가 바뀌면 다른이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네가 남에게 바라는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는 말씀이 있는가 보다 ‘그대 눈에 지금 보이는 바를 행하게 살아있는 나무만이 푸르다네"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전에는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온몸을 흔들면서 더듬거리며 말하고는 환하게 웃는 한 장애자를 생각해 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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