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누군가 날 계산하고 있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2001.04.07 00:00:00

지난 월요일이었다. 자동차를 몰고 워커힐호텔 앞을 지나다가 못 볼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완견 한 마리가 도로변에 깔려죽어 있었다. 집밖의 사정을 모르는 치와와 한 마리가 달리는 차량에 희생된 것이었다. 놀란 가슴으로 그곳을 벗어날 즈음에 또 한 마리의 애완견이 질주하는 차량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려 꼬리를 잔뜩 내리고 어찌할 줄 몰라 두리번거리는 게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연신 뒤를 돌아다보는 내게 동승자가 말했다. “버림받은 개들이에요. 요즘에는 저런 개가 많아요. 늙고 병들면 주인이 저렇게 버린답니다." 일전에 읽은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요즘에 버림받은 애완견이 그렇게 많다고. 처음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기르다가 늙고 병들고 귀찮아지면 버리고 이사하는 예가 허다하다고. 무정한 주인에게 버림받은 세상물정 모르는 애완견들이 도시를 떠돌다가 허기에 쓰러지고, 병들어 뒹굴고, 차에 치어 도시의 아스팔트를 장식하는 부조(浮彫)가 된다고…. 물론 처음부터 강아지를 생각해서 집 안에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귀엽고 앙증맞게 꼬리치는 모습에 취해서, 애완견이 주는 기쁨보다 지불해야되는 희생이 커지는 상황을 재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삿짐 싸다가 허드레 물건 정리하듯 정을 끊는 것이 현명한 계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든지 쓸모보다 희생이 커지도록 계산하며 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왠지 개운치가 않다. 이것이 요즘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라면, 지금 누군가도 나를 계산하고 있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둘째딸 앨리스 공주의 이야기이다. 이 공주에게는 네 살 된 어린 아들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이 아들은 당시에는 불치의 병으로 알려졌던 블랙 디프테리아라는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었기 때문에, 주치의는 체질이 유난히 약했던 공주를 생각해서 절대로 아들 곁에 가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앨리스 공주는 할 수 없이 아들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넓은 방 한 구석에 서서 멀찌감치 아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을 돌보던 간호사가 침대 곁에 갔을 때 멀리 서 있는 엄마를 보고 어린 아들은 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 엄마는 요즘 나에게 와서 입맞춰 주지 않나요?” 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구석에 서서 듣던 엄마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단숨에 달려가 “미안하다. 아가야! 이 엄마를 용서해다오. 엄마는 지금도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단다"라고 흐느끼며 아들을 꼭 껴안았다. 순간, 이 무모한 모성애를 틈새 삼아 아들을 괴롭히던 것이 엄마에게로 옮겨갔다. 결국 엄마 앨리스는 그 위험한 전염병에 걸려 몇 주일이 지난 어느 날 아들과 함께 나란히 땅에 묻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냉정하지 못한 분별 없는 모정이라고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러나, 앞 뒤 재지 않고 타올라 버린 이 앨리스의 사랑이 우리의 가슴속을 뜨겁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도 누군가 날 계산하고 있다. 약 / 력 "93 고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97 합동신학대학원 신학과 졸업 (목회학 석사) "94∼"95 (부산)당감제일교회 부교역자 목회사역 "96∼"99 (분당)할렐루야교회 부교역자 목회사역 2000∼ (구리)기쁨의교회 담임목회사역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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