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황금이 욕심쟁이를 갖는다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2001.04.21 00:00:00

“정말 있는 놈들이 더해….” 주택가 한 모퉁이를 지나다가 골목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황혼이 서녘을 물들이는 시각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장들이 막걸리 판을 벌려놓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판을 훑어보았더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 이야기가 노인들의 도마 위에 올라있었다. 국세청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싸게 사들이는 방법으로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백 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추징한다고 한다. 그 동안 참여연대가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해왔고, 또 국민들도 이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면서 편법으로 상속·증여를 계속해 왔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는데, 일단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마는...... 가뜩이나 살기가 힘들다고 난리인 판에, 가진 자들의 도를 넘는 욕심이 세상살이에 초연할만한 어르신들의 분통까지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후한서에 ‘농(?)나라를 얻으면 촉(蜀)나라도 원한다"라는 말이 있다. 욕심에는 한이 없다는 뜻일 게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면 만족을 모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욕망보다 부자들의 그것이 더 심하다. 재용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재벌아들로 태어났으니 부족함이 없을 게다. 부자 아버지 만나 호의호식하며 살겠다, 아무걱정 없이 유학했겠다, ‘경영권 세습"을 향하여 오너수업도 받고 있겠다,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고도 엄청난 재산도 모았겠다, 만족할 만도 할텐데 말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제 서른 세 살에 불과한 그의 재산이 수조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탄 욕심이란 차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욕심쟁이가 황금을 갖는 것이 아니라 황금이 욕심쟁이를 갖는다"라는 말이다. 물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일단 사로잡히면 그의 종이 된다. 그리고 결국 빠져 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히고야 만다. 14세기 벨기에의 공작이었던 레이놀드 3세의 얘기다. 그는 대단한 뚱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작스런 반란으로 인해 동생에게 체포되었고 어떤 방에 갇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방의 문은 빗장을 질러놓지도 않았고 잠가놓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이 열려 있어도 레이놀드는 자유롭게 탈출할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도 비대했기 때문이다. 희망과 기회조차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살을 빼고 걸어나오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동생은 그가 방을 나올 수만 있다면 명예와 재산을 되돌려주겠다고 공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레이놀드의 약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놀드는 대단한 탐식가였다. 먹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그래서 동생은 매일 레이놀드의 방에 진수성찬을 차려놓도록 하였다. 결국 레이놀드는 날이 갈수록 더 비대해져만 갔다. 그리고 끝내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자물쇠나 빗장이나 철문에 갇힌 죄수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탐욕에 갇힌 죄수였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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